사건 발생 2년 4개월 만에… 순직해병 특검, 윤 전 대통령 등 12명 기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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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윤 전 대통령 등 12명 재판 넘겨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혐의
윤 전 대통령 지시 따라 조직적 외압 판단
특검 “수사 공정성, 직무 독립성 침해”

21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서 정민영 특검보가 해병대수사단 수사외압 등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서 정민영 특검보가 해병대수사단 수사외압 등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 외압에 연루된 핵심 관계자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채상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관련 수사가 마무리됐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용서류무효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19일 채상병이 순직한 이후 해당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수사 외압에 개입했다고 조사된 이 전 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 11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채상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수사 외압 의혹을 받았던 핵심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관들을 채상병 순직 사건 혐의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국방부, 대통령실에 위법한 지시를 내려 수사의 공정성, 직무수행 독립성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 무리한 인명 수색 작업에 나선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판단했다. 수사 결과 역시 해병대 사령관과 해군 참모총장, 이 전 장관에게 순차적으로 보고돼 결재가 이뤄졌다.

그러나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의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임기훈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사단장부터 현장 통제 간부까지 총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피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고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에 이 전 장관은 수사 결과를 바꾸기 위해 관련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이 이러한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 기록을 경찰에 넘기자,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국방부에 ‘이를 회수해 오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지시를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을 보직에서 해임하며 항명 등을 이유로 한 보복성 수사도 시작됐다.

경찰로부터 회수된 채상병 사건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넘어갔고, 이때부터 조사본부를 향한 두 번째 수사 외압이 이뤄졌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조사본부도 임 전 사단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는데, 이를 보고 받은 박 전 군사보좌관은 ‘현재 수사 기록만으로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등 문구로 수사 결과 수정을 지시했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과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직권남용 범행을 저질렀고, 군 당국과 경찰의 수사 공정성과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결론지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한 정민영 특검보는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각 부의 장관을 통해 수사기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으나 그 권한은 법치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따른 수사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의 일반적·선언적 의미”이라며 “이를 넘어 특정 사건에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는 수사의 공정성 및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의적인 수사 및 법 집행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 허용되지 않는다”며 공소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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