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와 '수도권 기업-지역 인재 연결' 전략 병행해야” [지방소멸 대안, 원격근무]
⑤ 전문가 대담
부산 IT 졸업생 연간 5000명
3400명은 지역서 일자리 없어
지자체 외부 일자리 매칭 소극적
수도권 기업 지원해 인재 채용을
지난 13일 부산 동구 부산일보사에서 원격근무 활성화를 통한 지역인재 유출방지 간담회가 열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떠오른 ‘원격근무’가 떠나가는 부산 청년들을 붙잡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여전히 원격근무보다 인재 양성에만 치우쳐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 유치 노력과 함께 IT 관련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원격근무로 연결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떠나는 부산 청년을 붙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일보〉는 황대연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팀장, 전재균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인재양성단장, 우민지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비스텝) 정책연구본부 팀장, 원격근무 채용 연계 플랫폼 ‘그릿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하늘 소프트스퀘어드 대표·송영서 이사 등 IT 산업 전문가들로부터 대안을 들어봤다.
■부산, 원격근무는 선택 아닌 필수
IT 인재는 많지만 관련 일자리가 부족한 부산의 ‘미스매치’ 구조를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원격근무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재균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인재양성단장은 “컴퓨터 공학과 등 IT 관련 연간 부산 졸업생 수가 5000명 정도 된다”며 “관련 부산 업계의 수요를 조사하면 1600명 정도가 나온다. 나머지 3400명 정도는 일자리가 없다. 산술적으로 봐도 일자리를 외부에서 구해 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 특화 산업인 제조업, 항만, 물류 등에 AI 일자리 수요가 생기면 가장 좋지만, 그 아직 전환이 더디다. 이에 대한 단기적 대안으로 지역 인재의 원격근무 채용 연계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외부 일자리 매칭에 소극적인데, 이는 부산 기업들의 역차별 논란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단장은 “부산에 지사를 세운 수도권 기업과 부산 인재를 매칭하는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며 “부산 지사에 지원을 하는데도, 부산 기업들의 반발이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 많은 인재·취업 연계 사업이 국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지역 실정에 맞게 조정하기 어려운 점도 원격근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 단장은 “사실 중앙 정부의 인재 양성 사업의 목표는 부산의 인재를 양성하고 부산 취업률을 높이는 것보다 국가 전체의 역량과 취업률을 높이는 데 있다”며 “부산에서 양성한 인재가 수도권으로 가버리는 게 전혀 정부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역특별회계를 따로 운영하지만 이것으로는 모자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인재 채용토록 수도권 기업 지원”
송영서 소프트스퀘어드 이사는 관련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먼저 수도권 기업을 지원해 부산 인재를 채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부산 인재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이사는 “외부 일자리를 가져와서 부산 인재들에게 일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은, 해당 회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 인재들의 역량을 키우는 비용으로 봐야 한다”며 “그렇게 수도권 기업들이 부산 인재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역으로 기업들이 부산에 오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민지 비스텝 정책연구본부 팀장은 “지자체에서 수도권 기업에 채용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지방균형발전 목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원격근무 인재 풀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우 팀장은 “시범적으로 부산 인재를 원격근무로 채용해 보고, 충분한 자질을 가졌다는 판단이 되면 지자체 등에서 인증해 주는 제도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인력풀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늘 소프트스퀘어드 대표는 “원격근무를 이미 도입한 수도권 기업들을 지원해, ESG(지속 가능 경영) 혜택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산 지역 고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정부가 직접 채용 연계에 나서는 방법 외에도, 기존의 원격근무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과 지자체 등이 협업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황대연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팀장은 “이번에 부산에 본사를 둔 ‘소프트스퀘어드’와 협업해 일부 부산 청년들이 원격근무 방식으로 수도권 기업에 인턴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렇게 원격근무 채용을 연계해 온 플랫폼 기업들과 지자체들이 협업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끝-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