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6개월 남았는데 이제야 정개특위 논의… 또 지각?
선거구 조정·선거제 개편 쟁점 논의
여야 극한 대치에 차일피일 미뤄져
선거 코앞에 두고 부실 획정 되풀이
예비 출마자·시민단체 '깜깜이' 우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출마 예비자는 물론 유권자 사이에서도 우려가 여전하다. 매번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선거구가 획정된 까닭이다. 특히나 여야의 정쟁이 나날이 심화되며 극한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까지 맞물려 깜깜이 지방선거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늑장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구획정안을 논의를 위한 정개특위 구성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가 지방선거나 총선을 앞두고 정개특위를 꾸려 선거구 조정과 선거제 개편 논의를 진행해 온 기존 관례에 따라 양당이 큰 틀에서 방향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지방선거 때마다 실제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와서야 획정 기준이 전달, 실질적인 획정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져 결국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 획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일 47일 전에야 광역의원 정수 조정이 마무리됐고, 기초의원 선거구는 더 늦어져 지역 사회의 혼란과 선거 준비의 차질이 불가피했다. 2010년, 2014년, 2018년 모두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만성 지각’은 구조적 병폐가 된 지 오래다.
이에 22대 국회에선 인구 기준 외 생활 여건 및 행정구역 면적 기준을 포함한 선거구 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획정 법정 시한인 선거일 6개월 전인 오는 12월 5일 전에 정개특위 구성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불과 시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까닭에 이번에도 선거구가 사라지는 불법 사태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여야가 정개특위 구성 논의에 합의한 18일 회동에 대해 문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정개특위와 관련해 (각자) 당내 논의를 거쳐 보자, 이런 정도로 정리됐다”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또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은 3~5인 중대선거구제 법제화 등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지만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정개특위의 지연 구성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 중 하나다. 현행 지역구 시도의원 선거에서 1인, 시군의원 선거에서 2~4인을 선출하면서 다수 정당 중심의 당선 구조를 강화한다는 문제 지적이 골자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출마자는 물론 유권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국회 무용론마저 제기된다. 부산시의회 한 의원은 “국회는 본인들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법정시한을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내 지역구가 어딘지 모르고 일단 선거 모드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는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중차대한 불법 행위라는 점을 국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부울경 광장정치연대는 20일 국회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을 만나 공직선거법 즉각 개정과 신속한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을 촉구했다. 부울경 광장정치연대는 “오랫동안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열망을 외면하여 왔으며 지금 현재도 역시 마찬가지로 국회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어, 부산, 울산, 경남의 시민사회와 광장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며 “국회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직선거법을 즉각 개정하고, 선거구획정을 신속히 진행하라”라고 주문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국민들을 위해 신속하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구성 논의에 합의한 상황이라는 점은 매번 반복되는 늑장 획정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라면서 “모두가 개별 입법 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심판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