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거짓 증언 '도덕성 의혹' 여론 악화… 새 정부 부담 작용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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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돌연 사퇴 배경

여가부 장관 지명 30일 만
여당·시민단체도 철회 요구
대통령실 검증 문제도 부각
원내 지도부 오판 ‘도마 위’

지난 14일 당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당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23일 여가부 장관에 지명된 뒤 30일 만이다. 인사 발표 당시만 해도 현역 의원이자, 친명(친이재명)계인 강 후보자가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연일 치솟고,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까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강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여성, 가족, 아동, 청소년, 청년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을 위한 정책 전문가의 높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의정 생활 5년간 평균보다 많은 보좌진 46명을 면직했다는 의혹과 함께 보좌진에게 변기 수리, 자택 음식 쓰레기 처리를 시켰다는 전 보좌진의 폭로가 잇따라 나오면서 여론이 급변했다. 강 후보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입증하는 SNS 메시지와 사진 등이 나오면서 거짓 증언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에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보좌진, 여성계, 시민사회단체까지 연이어 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낙마 불가’ 의견을 수용해 지난 22일 국회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는 등 임명 강행 움직임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때 재임한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이 강 후보자가 본인 지역구(서울 강서갑) 민원을 넣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부처 예산 일부를 삭감하는 갑질을 했다고 추가 폭로하는 등 의혹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23일에는 강 후보자가 전임 교수 시절 무단 결강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됐고, 이에 핵심 친명이자 당권주자인 박찬대 의원이 당내 처음으로 자진 사퇴를 공개 요구하는 등 당내 기류가 급변하면서 결국 강 후보자도 더 버티지 못했다.

이날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지금까지 ‘차명 부동산 관리’ 등 의혹에 직면했던 오광수 전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이 일었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극우 발언’ 논란을 빚었던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이날 강 후보자까지 1기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 중 낙마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 절차를 꼼꼼히, 그리고 엄밀히 진행하고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임명자를 찾기 위해 철저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그 전까지의 입장에서 조금 달라진 모습이었다.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원내지도부 역시 오판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방침에 대해 당의 의사를 존중했다는 밝혀왔다. 여권 내에서는 당 지도부의 이런 기류에 대해 같은 현역 의원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논리가 작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새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나올 자격조차 없는 후보자였다”면서 “국민은 갑질 자체도 심각한 결격 사유이지만 거기에 더해 거짓말로 해명해 신뢰성을 상실한 게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결격 사유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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