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떠나고 전국체전도 못 여는… 부실한 부산종합사격장
부산 유일 공공사격장 ‘노후화’
실내 발사대 고장 1년 이상 방치
시설 수준 뒤지는데 투자도 부진
지역 사격 선수들 타 지역 유출
올해 체전 경기도 창원서 열려
사격 저변 확대에 ‘걸림돌’ 지적
‘부산 유일의 공공사격장’인 영도구 부산종합사격장이 준공 50년을 넘기며 노후 경기장으로 전락해 선수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수년째 유지·보수와 시설 투자를 위한 예산 집행이 부실한 탓에 선수와 지도자, 부산 출신 유망주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타지로 떠나고 있다. 올해 전국체전 사격 종목 역시 부산이 아닌 타 지역에서 열린다.
23일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와 부산사격연맹에 따르면 현재 종합사격장 내 실내사격장 10m 발사대 총 30개 중 6개(20%)는 1~2년 이상 고장이 난 채 방치돼 있다. 현재 24개의 발사대만 운영되는데, 대회 시즌을 앞두고 85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번갈아 훈련에 나서면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2~3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한사격연맹에 따르면 부산 지역 총 11개 사격팀 선수 185명(전국 4966명) 가운데 약 85명이 부산종합사격장을 주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신형 사격장비를 갖추고 10m 사대 규모만 총 80~100개에 달하는 창원국제사격장을 비롯해 대구·인천·나주 등 주요 도시 종합사격장과 비교해도 규모, 발사대 수, 시설 수준 모두 크게 뒤처진다. 심지어 인근 부산체육고등학교가 교육청 지원으로 마련한 사격훈련장(10m 총 30사대)보다도 낙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73년 부산 유일의 종합사격장으로 문을 연 이 곳은 실내 10·15·25m 공기총 사격장과 실외 25m 실탄사격장(총 39사대)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시 실업팀·장애인사격팀을 비롯해 중·고교와 일반부 사격대표팀의 상시 훈련장이자 연간 7~8개 전국대회가 열린다.
부산시청 사격팀 서성동 감독은 “선수들이 대학이나 실업팀, 국가대표 선발 등 진로 결정 시기가 되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타 지역으로 옮겨간다”며 “전국체전에 나가는 선수 총 60명 중 20~25% 정도는 부산에서 훈련받은 선수들일 정도로 기량은 우수하지만, 정작 훈련 기반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장비와 시설 부족 문제는 사격 저변 확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는 전국체전과 같은 주요 대회 유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전국체전 사격 종목 역시 부산이 아닌 창원에서 열린다.
부산사격연맹 관계자는 “체험이나 훈련을 위해 사격장을 찾은 중·고교생, 대학생 선수들이 사대 부족 탓에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2023년부터 약 6억377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종합사격장에 대한 보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소모품 교체나 기본적인 시설 유지비 등으로 쓰였고, 최신형 장비 도입이나 사대 확장, 증축 등 근본적인 시설 개선에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타깃(표적기기) 장비 수리는 단 2건에 그쳤다. 부산시의회는 관련 예산 집행의 내역과 실효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23일 오후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에 대해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2023년부터 예산을 꾸준히 투입해왔지만, 정작 필요한 부분에 제대로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향후에는 실질적인 시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