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다 지나가는데… 산청 실종자 2명 어디 있나
매몰 72시간 지나면 위험
토사·폭염 탓에 수색 애로
4명 중 2명 숨진 채 발견
22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 끝에 경남 산청군의 실종자 4명 중 2명의 시신을 찾아냈다. 그러나 500여 명의 인원과 120여 대의 장비가 총동원된 수색 작업에도 쏟아진 토사량이 워낙 많아 남은 2명은 생존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채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경남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 20분께 산청읍 모고마을 입구 인근에서 70대 남성이, 같은 날 오후 4시 8분 단성면 방목리 한 주택 인근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산청군 희생자는 전날 10명에서 이날 12명으로 늘었다. 전국의 사망자와 실종자 28명 중 절반이 산청군에서 나온 셈이다.
산청군에서는 산청읍 내리·모고리·부리·범학리·정곡리 등에서 8명, 단성면 방목리·신안면 외송리·생비량면 가계리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는 신등면 율현리 80대 남성과 신안면 외송리 80대 남성 등 2명이다. 이들 실종자는 지난 19~20일 사이 급류나 토사에 휩쓸려 화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몰의 경우 통상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실종자의 생명은 경각에 달린 상황이다. 이날 구조된 실종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에 소방과 경찰, 군부대 등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원과 굴삭기·드론·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가 대거 산청군으로 배치됐다.경찰·소방 수색견 10여 마리도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매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2명은 나흘째 깜깜무소식이다. 경남소방본부는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의 양이 많아 이를 제거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온 마을이 흙으로 뒤덮인 데다 주택이 무너지면서 골재와 가재도구 등이 사방으로 흩어져 이를 치우기 위해 추가 중장비 투입이 절실한 실정이다.
수색견도 진흙과 바위 등에 방해를 받아 온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색자가 탐침봉으로 바닥을 일일이 찔러 보지만 흙더미 속에 혹여 실종자가 있을까 봐 작업에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호우 이후 찾아온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역시 수색 인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장소나 실종자의 휴대전화 신호 발생 지점을 기점으로 수색하기 시작해 그 범위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수색 구역을 세분화한 책임제 방식으로 체계적인 수색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토사가 흘러간 하천 등 구간을 살피려면 다시 나무와 바위 등 장애물을 중장비로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해 수색은 더욱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호우 피해 상황과 복구 계획 점검 회의’를 열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명 피해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며 “집중호우에 대비해 시군별 대피 장소를 사전에 지정하고 즉시 대피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