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휴식 공간 부족에 자물쇠로 묶인 의자 등장 눈길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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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플라스틱 간이 의자
등받이 뒤에 이름도 적혀 있어
고령층 여가·휴식 용도로 사용
이색 vs 시민 불편 의견 엇갈려
관련 법상 강제 정비는 힘들어

광안리 해변 난간에 자물쇠로 잠겨 늘어서 있는 플라스틱 의자들. 광안리 해변 난간에 자물쇠로 잠겨 늘어서 있는 플라스틱 의자들.

최근 광안리 해변과 민락회타운 인근 난간에 자물쇠로 잠긴 플라스틱 의자들이 줄지어 등장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해변에 앉기 위해 가져다 놓은 의자인데, 이를 두고 이색적이라는 반응과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수영구 민락동 민락회타운에서 해변공원 방면 바닷가에 플라스틱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빨간색, 분홍색 형형색색 의자에 사람들이 양산을 쓴 채 바다를 바라보거나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의자 뒤에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고, 이들은 의자를 이용한 뒤 해변 펜스에 의자를 자물쇠로 잠가놓고 떠난다. 등받이가 있는 일반적인 야외용 의자가 대다수지만, 등받이 없는 스툴형이나 사무용 의자까지 뒤섞여 있었다.

의자가 있는 곳은 이른 아침부터 광안리를 찾는 어르신들의 ‘해변 아지트’다. 오전 5시부터 의자가 해변에 깔리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은 의자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발을 담그거나,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곁들인다. 해가 저무는 오후 8시께까지 휴식과 물놀이 등이 이어진다.

광안리 해변에 플라스틱 의자 아지트가 등장한 건 지난해부터다.처음에는 몇몇 어르신들이 의자를 들고 나와 바다를 보며 소일하는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의자 수가 부쩍 늘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광안리 인근에 거주하는 20대 황 모 씨는 "처음엔 누가 의자 난간에 걸어두고 장사를 하나보다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오늘은 몇 명이나 늘었나’ 세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해변 경관을 해치고 통행에도 불편을 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대 김 모 씨는 "개인 의자를 갖다 놓고 해변이나 길을 막아 돌아가야 한다면 개인의 편의를 위해 공공 공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광안리 일대의 휴식 공간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마련된 공식 쉼터는 테마거리 갈대 파라솔 벤치 10개, 백사장 내 벤치 35개에 불과하다. 이달 들어 하루에 최소 3만 6000여 명이 찾는 광안리의 규모와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수영구청은 관련 법령상 플라스틱 의자가 ‘야영·취사용품’에 해당하지 않아 강제 정비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의자가 개인물품인 만큼, 자진 정비를 유도하겠다는 방식으로 관리하겠다는 설명이다.

수영구청 관광스포츠과 관계자는 “강풍이나 태풍 등 피해 우려 시기에는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수거할 예정”이라며 “평소에는 시민 자진 정비를 지속적으로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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