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소상공인 ‘경보음’… 부산신보 보증잔액 3조 넘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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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설립 후 28년 만에 처음
2020년 코로나 유행 이후 급증
보증사고 비율도 신보 중 최고
“위험 상쇄할 출연금 확보 집중”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힘든 소상공인의 신용보증을 돕는 부산신용보증재단(이하 부산신보)의 보증잔액이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1997년 재단 설립 이후 28년 만이다. ‘벼랑 끝에 다다른’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인데, 특히 부산은 보증사고 비율이 전국 신보 중 가장 높아 ‘위험 신호’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부산신보는 21일 기준 보증잔액이 3조 11억 5000만 원으로 1997년 재단 설립 이후 처음으로 보증잔액 규모가 3조 원을 넘어섰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기준 재단의 보증서를 이용 중인 기업은 9만 3000여 곳이며, 이들의 보증건수는 14만 3000여 건에 이른다.

부산신보는 담보력 부족, 신용 저하 등의 이유로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신용보증을 해주고 저금리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부산시 산하 공적 금융기관이다. 보증금액 3조 원 돌파와 관련, 부산신보는 “카드대란, 국제금융위기, 메르스, 코로나19 등 경제위기 때마다 긴급자금 지원에 힘쓰며 보증 규모 확대와 재정건전성 확보에 힘쓴 결과”라며 “또한 이는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극적인 보증 지원 이면에는 그만큼 힘겹게 버티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영업이 중단된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특례보증이 많았고, 이로 인해 부산신보의 보증잔액은 2019년 1조 5109억 원에서 2020년 2조 4630억 원으로 1.6배나 늘어났다. 이후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2021년, 2022년까지 보증잔액이 눈에 띄게 늘어 2022년부터는 2조 9000억 원을 넘어섰다. 부산신보 관계자는 “분할상환이나 대위변제가 많았음에도 보증잔액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신용보증이 필요한 소상공인의 수요가 부산에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정부 특례보증을 받으며 폐업을 미루고 근근히 버틴 셈인데, 결국 보증사고 순증률은 2023년부터 눈에 띄게 높아졌다. 보증사고 순증률은 보증잔액 대비 사고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증사고는 대위변제 전 단계로, 연체가 심해 대위변제를 대비하는 단계다. 즉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한 채권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부산신보의 보증사고 순증률은 2022년 2.18% 수준이던 것이 2023년 6.20%, 2024년 7.18%, 2025년(7월 21일 기준) 7.13%으로 확연히 높아졌다. 연간 대위 변제액도 2022년 500억 원이던 것이 2023년 1348억, 2024년 2007억, 2025년 2500억 원(추정)으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부산신보 관계자는 “부산의 보증사고 순증률은 전국 17개 신보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부산에 그만큼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이 많고 위험한 채권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 부산지역본부가 발표한 가계 부채 현황에 따르면 부산은 매출 규모가 작아 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는 영세자영업자 비율이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은 76.4%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대출잔액도 69조 원으로 타 광역시 평균 40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부산신보는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출연금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보는 올해 우아한형제들, 신세계 등 민간기업에서도 출연금을 확보해 역대 최대치인 800억 원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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