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이 지방 소멸 막을 개헌 ‘골든타임’
개헌론, 조기 대선 핵심 화두 부상
제왕적 대통령제 개정 목소리 높아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 급물살
김두관·오세훈 등 한목소리 촉구
이재명은 “나중에” 사실상 유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개헌론이 다시 불붙었다. 지방자치가 실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권한은 중앙정부에 쏠려있다. 유례없는 지역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개헌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른 지금이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요구가 커진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드러난 ‘87년 체제’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수도권 과밀화와 이로 인한 지역 소멸은 저출생·고령화, 의료 격차, 청년 일자리 감소 등 극심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균형발전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지역은 사회적 비용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위기 앞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라는 논의가 급물살 타고 있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며 “위헌·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고 개헌론을 띄웠다.
대권주자들도 지방분권 강화가 시급한 과제라는데 입을 모은다. 민주당에선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이 개헌론에 찬성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김두관 전 의원도 자치 분권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7일 “헌법을 개정해 국가 체제를 전환하겠다. 과감하게 중앙정부의 사무를 이전하고 특단의 재정 구조 개선에 나서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 국가로 행정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서 “1987년 헌법 체제 극복의 핵심은 중앙집권적인 국가 체계를 허물고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데 있다”며 “입법·행정뿐만 아니라 세입·세출 권한까지 이양하는 과감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유력한 차기 권력 앞에서 지방분권 개헌 논의는 또 다시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30여 년만 수면 위에 올라온 지방분권 논의가 ‘나중에’라며 또 다시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다만 이 대표 외 다른 대권 주자들이 하나같이 개헌론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30여 년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지방분권 개헌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지역의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이번에는 반드시 대통령 권한 및 입법부 권한 분산과 지방분권, 국민발안개헌을 중심으로 개헌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