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도 자치단체장도 찬성… ‘분권형 개헌’ 논의 불붙는다
‘개헌·대선’ 동시 실시하나
제왕적 대통령제·수도권 집중화
수평적 분권 시작점 논의 활발
‘개헌 필요하다’ 응답 54% 달해
대선 나설 후보 대부분 ‘찬성’
‘반대’ 이재명 동참 요구 높아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지방분권이 국가 개조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다. 인구절벽이 현실화한 지역 소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한 과감한 지방분권이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 수평적 분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조기 대선 정국이 열리면서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의 장도 다시 활발해진다. 지방자치가 실현된 지 38년째지만 지자체 입법·행정, 세입·세출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속해있어 수도권 독식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분권’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방분권형 개헌 요구는 예전에도 있었으나 이슈가 될 때마다 여야가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유불리 논란 속 좌초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여야는 물론 국민 여론도 개헌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어 지방분권이 현실화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기대가 모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개헌을 요구하는 여론에 발맞춰 주요 대권주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개헌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제외한 이른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 이른바 3김이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개헌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잠룡으로 일컬어지는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탄핵 정국 과정에서 개헌 불가피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일선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앞장서서 개헌 논의를 수면 위로 띄워 올리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은 ‘지방분권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안에는 △중앙-지방 간 수직적 상하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 △자치행정·자치재정·자치조직권 등 지방의 자치권을 헌법상 원칙으로 보장 등을 담았다.
부산에서도 ‘헌법개정 결의문’을 발표하며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다. 지난 3월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헌법 개정 부산 결의대회 및 국민 주도 개헌 토크쇼’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지방분권전국회의 등 7개 단체는 결의문을 통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승자독식의 배타적 정치권력을 과감히 분산하고 균형 잡힌 민주적 권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총리와의 역할 분담, 시도지사 등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를 통해 수평적 분권 및 수직적 분권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 지방분권에 입을 모으는 가운데, 민주당 이 대표만이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개헌을 미루는 입장이라 이 대표의 동참을 촉구하는 주문이 곳곳에서 잇따른다.
특히 지역에서 지방분권은 정치적 유불리와 별개로 지역의 생존과 소멸을 가를 마지막 기회로 바라보고 있어 대선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지금과 같은 오락가락 행보는 대권을 위한 정략으로 개헌을 활용하는 게 아닌지 깊은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국가적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 대표가 개헌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당장 국회 개헌 특위 구성에 동의해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도 “개헌은 언제나 권력의 독점을 원하는 유력 정치인의 반대에 가로막혀 왔다”며 “다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의 기로에서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면 머잖은 미래에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