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불티 막을 방화포도, 화재 감시자도 없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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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얀트리’ 화재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보온재 안에서 불티 천천히 타들어 발화
탈출하던 작업자 6명 연기 질식해 숨져
시공사 회장과 아들 직접적 책임 판단
중처법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지난 2월 14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 내부. 경찰 조사 결과 용접 도중 생긴 불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른쪽은 화인으로 지목된 불티가 발생한 용접기. 부산소방재난본부·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월 14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 내부. 경찰 조사 결과 용접 도중 생긴 불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른쪽은 화인으로 지목된 불티가 발생한 용접기. 부산소방재난본부·부산경찰청 제공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가 용접 작업 도중 생긴 불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용접 불티가 큰 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안전 책임자가 현장에 없었던 사실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7일 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불은 반얀트리 건물 1층 배관(PIT)실에서 배관 용접 작업 중 시작됐다. 당시 배관실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가 스테인리스 재질의 배관을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그 자리에 밸브가 부착된 배관을 아르곤 용접으로 덧붙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찰은 배관 근처에 천장으로 연결된 구멍이 다수 있었는데, 불티가 구멍으로 튀어 배관 보온재 등에 떨어지면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보온재 내부에서 불티가 열을 유지하며 천천히 타들어 가면서 불이 커진 것으로 파악했다. 불이 나면서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던 작업자 6명이 한꺼번에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국과수 감정 결과, 전기 합선 등의 요인이나 담배꽁초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한동훈 형사기동대장은 “보온재로 불티가 떨어져도 곧바로 불이 나지는 않으나 보온재로 떨어진 불티로 열이 축적됐고 천천히 타들어 가면서 최초 발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접 당시 불티가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포나 현장 화재 감시자는 없었다. 화재 당시 건물 안에서는 8곳에서 화기를 이용한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었는데, 불이 난 용접 작업에서만 화재 감시자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스프링클러는 발화 지점과 인접한 곳에 설치돼 있었으나 소방수 밸브가 연결돼 있지 않았고 일부 스프링클러는 수동으로 잠겨져 있었던 점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화재 당시 화재 시설 점검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화재 경보가 현장에서 빈번하게 울리면서 현장 작업자들이 큰 경각심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소방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안전 인력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점과 함께 준공 이후 대규모 공사가 이뤄진 점에서 소방시설 인허가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기장군청, 소방 당국, 시공사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경찰은 시공사인 삼정기업의 박 모 회장과 아들인 삼정이앤시 대표, 현장 용접 작업자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4일 증거 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화재로 총 6명이 구속됐고 1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박 회장과 아들의 영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뿐만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함께 적시됐다. 경찰이 이들에게 안전 의무 위반에 대한 간접 책임뿐 아니라 근로자 사망에 대한 직접적 책임도 있다고 본 것이다. 경영책임자가 구속된 사례는 중처법 시행 이후 전국 세 번째다.

한편 이날 노동청은 화재 이후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의 다른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감독 결과 삼정기업, 삼정이앤시의 다른 현장에서 용접 작업 불티의 흩어짐을 방지하는 조치 미시행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0건이 적발됐다. 노동청은 10건에 대한 사법 조치와 함께 안전보건교육 미시행 등 32건에 대해 총 9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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