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전기요금, 전력 자립률 반영을” 부산·인천 포함 5개 시도 손잡았다
전기료 못 버텨 문 닫는 공장 속출
3분할 적용 정부안은 실효 없어
세부 조율 후 정부에 건의 예정
부산시가 전력 자립률이 높은 인천시,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등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력 자립률에 따른 차등 요금제’ 도입을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으로 나눈 초안이 실효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6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5개 시도는 전력 자립률에 따른 전기료 차등 요금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부울경 단위의 논의는 있었지만 전국 단위의 5개 시도가 힘을 합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는 5개 시도가 중심이지만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도 열어놨다. 전력 자립률에 따른 전기료 차등 요금제는 전남에서 지난 2월 제안했고, 부산시도 동참하기로 했다. 전남의 제안에 참여하기로 한 지역들의 전력 자립률을 보면 부산 174%, 인천 186%, 강원 213%, 충남 214%, 전남 198%다. 대부분 전기 생산으로 인한 위험은 감수하고 있는 지역이다.
5개 지자체가 차등 요금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지역주요 기업의 국내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DB메탈 동해공장은 전기로 11개 중 2기만 운영하기로 했는데 비싼 산업용 전기료가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정부의 대책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산업부는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 차등요금제’ 초안을 공개했는데 전국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 3개의 지역으로 구분해 전력 도매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전력 자립률이 높은 지자체는 낮은 지자체와 함께 비수도권으로 분류돼 전기 요금 인하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연구원 최윤찬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이 광역 단위로 되어 있기에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전력 자립률에 따른 차등 요금제는 행정적으로도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차등 요금제가 기업의 시장 개척과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전력 자립률에 따른 차등 요금제가 시행된다면 기업 유치가 유리해지는 것은 물론 부산 신산업 성장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은 새로운 먹거리로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력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시 김봉철 디지털경제실장은 “부산은 원전을 중심으로 한 발전이 많아 그 위험성을 어느 도시보다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인센티브는 크게 없다”며 “전력 자립률에 따른 차등 전기료가 적용되면 기업 유치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