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7명 시신 모두 수습… 정부 "발주처 책임 제도화"
노동부, 중대재해법 위반 등 조사
발주처·원청·도급업체 모두 대상
‘사전 취약화 작업’ 졸속 진행 정황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 여부 불분명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붕괴 사고 매몰자 7명은 14일 모두 시신으로 수습됐다. 연합뉴스
9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가 8일 만에 매몰자 7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하면서 수색 작업이 마무리됐다. 붕괴 사고는 이제 원인 규명과 관련자 책임 소재를 가리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정부는 원·하청뿐 아니라 발주처까지 책임 범위를 열어놓고 원인 규명을 약속했다.
앞서 지난 14일 소방 당국은 사고 200시간 만에 마지막 매몰자인 김 모(62) 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고 초기 대피한 부상자 2명을 제외한 매몰자 7명은 전원 사망했다. 소방청은 이후 국가소방동원령을 해제하고 수색을 공식 종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에도 노동자 일곱 분 모두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다”면서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공동 본부장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발주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를 본격화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수사 대상을 실무자뿐 아니라 재해 기업의 최고 책임자(CEO)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수사 전담팀을 꾸린 부산고용노동청은 발주처인 동서발전, 원청 HJ중공업, 도급업체 코리아카코 3곳 관계자 모두를 조사 대상에 올렸다. 매몰자 수색이 마무리된 만큼, 현장 관계자들을 곧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준공 44년 된 노후 보일러 타워 해체를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 ‘사전 취약화 작업’이 졸속으로 진행된 정황을 찾아 정조준하고 있다. 해당 공작물의 안전관리계획서에는 ‘붕괴 및 매몰 위험(위험도 ‘상’)’ 대책으로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가 명시됐다. 발주처인 동서발전의 기술시방서 역시 ‘사전 취약화는 최상층부터 하고, 상층 작업 완료 전에는 아래층 주요 지지부재 취약화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사망자들이 사고 당시 타워 중간인 25m 지점에서 작업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핵심적인 안전 수칙이 준수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또한 공사 완료가 수개월 미뤄진 상태에서 이달 16일로 예정된 발파 일정을 맞추려 무리한 작업을 강행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참이다.
이번 참사는 위험을 외주화하던 관행이 빚은 인재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작업자 중) 정규직이 1명이고 나머지가 비정규직이었다”라며 전문성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발주사-도급-수급-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 중대재해의 또 다른 원인”이라며 “한국동서발전 중대재해를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함은 물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사고 9일 만인 15일 사과에 나선 발파업체 코리아카코 측은 ‘추정하는 사고 원인’를 묻는 질문에 “추정할 수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라고 답했다. 발주처인 동서발전과 원청 HJ중공업 역시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