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생기는 인형 뽑기, 고가 경품 걸고 중독성 조장?
부산 매장 427곳, 매년 증가세
낮은 창업 비용 등이 급증 원인
3만 원 경품 넣은 가게 벌금형
게임물관리위 “부정 행위 단속”
지난 12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인형 뽑기 가게 모습. 올해 3분기 기준 부산의 인형 뽑기 매장은 42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곳이 늘었다. 김준현 기자 joon@
‘키덜트 문화(성인들이 아이처럼 귀엽고 재밌는 것들을 즐기는 문화)’와 낮은 창업 비용 덕분에 부산 전역에서 인형 뽑기 가게가 1년 만에 60곳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형 뽑기 열풍에 여러 차례 뽑기를 유도하기 위해 기계 집게 힘을 약하게 조정하거나 고가 상품을 거는 부정 행위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면서 규정 마련이나 단속 필요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부산 내 청소년게임제공업소로 등록된 오락 및 인형 뽑기 매장은 427곳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65곳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인형뽑기 매장 62곳이 늘어난 셈이다.
인형 뽑기 게임은 레버로 세 발 크레인을 조작해 인형을 뽑는 방식이다. 한 판에 1000~2000원으로 현금뿐 아니라 최근에는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이러한 인형 뽑기 가게는 청소년게임제공업소로 분류된다. 모든 이용자에게 동등한 기회와 조건을 부여하며, 우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형 뽑기 매장 증가 원인으로 낮은 창업 비용을 꼽는다. 인형 뽑기 기계 한 대당 가격은 150만~300만 원 수준이다. 중고로 구매하면 가격은 수십만 원까지 낮아진다. 소형 매장 기준으로 10~20대 정도를 들인다.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기에 초기 기계 비용을 제외하면 매달 전기료와 인형을 채우는 비용 정도만 필요하다.
특히 최근 키덜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남녀노소 인형뽑기 게임을 즐기는 추세다. 캐릭터 키링(열쇠고리)부터 인형 등 다양한 상품으로 뽑기를 유도한다.
지난 12일 오후 서면 한 인형 뽑기 가게에도 스폰지밥, 키티 등 유명 캐릭터 인형이 가득했다. 가게 곳곳에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인형 뽑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집게가 인형을 놓칠 때마다 탄식 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가게에서 만난 강 모(23·금정구) 씨는 캐릭터 ‘키티’를 뽑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강 씨는 “떨어질 듯 말 듯한 인형을 아슬아슬하게 뽑았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다”며 “술 먹고 나서 인형 뽑기 기계를 발견하면 저절로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뽑기 유행이 자칫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뽑기 기계의 집게 힘을 지나치게 약하게 조정해 여러 차례 게임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법적 기준을 초과한 고가 상품도 문제다. 지난 2월 금정구의 가게는 인형뽑기 기계에 3만 원 상당 경품을 넣어 사행성을 조장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형 뽑기 경품은 1만 원 내외 완구류나 문구류로 제한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뽑기 유행에 편승한 부정 행위에 대해 단속을 예고했다. 또한 전국 인형뽑기방을 대상으로 건전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합동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장 단속 일정을 경찰청과 협의 중”이라며 “유통 과정부터 인형 뽑기 기계의 지게 힘이 조작된 경우도 있고, 현행법을 몰라 위반한 사례도 있기에 캠페인, 계도 위주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