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온탕·냉탕 오가는데…‘빚투’ 매일 사상 최고치
주식투자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
6일 신용거래융자 잔고 25조8782억원
상장지수펀드 매수 1위 지수 추종 종목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술주 ‘거품론’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신자료인 지난 6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 8782억원으로 집계돼 직전 일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은 16조 934억원, 코스닥시장은 9조 7848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매일 상승세다.
특히 AI 버플론이 제기되기면 뉴욕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5일 국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 8225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25조 6540억원(2021년 9월 13일)을 넘어서며 기록을 새로 썼다. 당시 국내 증시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는 다음 날인 6일 급락세가 진정됐지만 미국에서 또다시 AI 거품론이 부각되며 7일엔 2% 가까이 하락해 종가 기준 4000선을 내줬었다.
증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변동성 속에서도 빚투 규모가 늘어난 것은 앞서 국내 주가지수가 급등할 때 소외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틈타 추격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최근 변동성 확대에도 지수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번 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1·2위는 코스피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KODEX 200’과 해당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였다.
반면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와 ‘KODEX 인버스’는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ETF 종목 1·2위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주도주인 AI 산업에 치명적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고 증시 전반에 걸친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면서도 “AI 버블과 고평가 지적이 끊이지 않아 점점 많은 이들이 부정적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있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