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0년 영욕 딛고 다가올 150년 영광 준비할 때 [부산, 대한민국 해양수도]
9 - 에필로그
2026년 부산항 개항 150주년
북극항로 개척 동남권에 기회
글로벌 물류 혁명 주도해야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은 필수
해양수도 선포 25주년인 올해를 보내고 맞이할 내년 2026년은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다. 부산에 새로 자리잡은 해양수산부가 맞이하는 창립 30주년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로 신음하는 국가 성장의 또 다른 축을 부울경 등 동남권에 단단히 세울 기틀은 갖췄다. 지난 150년의 영욕을 그대로 품고, 다가올 150년을 차근차근 준비할 때다.
■제도·예산·인재 삼박자 전략
유사 이래 우리 민족에게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글로벌 물류 유통의 길이 처음으로 대한해협 앞에 연결된다. 북극항로다. 이 기회를 살려 동남권을 해양경제권,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해야 한다. 방향은 지역 산업 전반을 스마트·친환경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법·제도의 기반이 될 가칭 ‘해양수도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해양산업 육성, 북극항로 전략, 해양금융 활성화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성격의 특별법이어야 한다. 이미 상정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도 필수다.
(사)국가생존기술연구회 김인환 회장은 “국회에 상정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국제물류특구와 정보 플랫폼을 활용해 북극항로 인공지능(AI) 디지털 물류 실증을 추진하고, 수소·암모니아 벙커링과 해상풍력 부품 클러스터를 특화단지 형태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화단지(혁신지구) 지정, 규제 완화와 특례 부여, 민간기업 이전 촉진 위한 세제 감면, 국공유재산 장기 임대, 직원 정착 지원 등의 내용을 특별법에 꼼꼼하게 담아야 한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부산시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가 정례 개최하는 ‘부산항 기관장행정협의회’에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수부가 동참해 협의회의 격을 격상시킬 필요도 있다.
예산과 투자 측면에선 기존 해양진흥공사와 신설될 동남권투자공사가 역할을 배분해 지역 해양산업계 업그레이드와 성장에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도 BNK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해양금융(보험), 선박금융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을 추진하는 해운거래소까지 설립되면 민관 합동 해양 전문 투자펀드 조성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이명호 원장은 “부산 곳곳에 흩어진 해양·물류·금융 기능을 연결해 국제금융특구로 지정하자”며 “문현혁신도시부터 영도해양클러스터까지를 연결해 글로벌 해양·금융 허브로 키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립한국해양대와 국립부경대라는 해양수산 특성화 종합대학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선정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북극 전문 해기 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국립한국해양대와 국립목포해양대의 통합은 당위성이 높고, 해양AI, 친환경 선박기술, 극지 해양학 등의 분야에서도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
부산시는 북극항로해양수산 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유아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맞는 다양한 해양 체험·교양 프로그램을 가동함으로써 해양 문화 전반에 대한 시민 이해도와 교양 수준을 높인다면 해양수도의 밑바탕이 단단히 다져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권 전체의 발전을 향해
해수부는 기존에 동남권이 갖춘 4대 인프라, 즉 물류·조선·산업·인재의 강점을 살리면서 여기에 행정·사법·산업·금융을 추가함으로써 동남권 전체를 해양수도권, 북극항로 경제권으로 발전시킨다는 ‘4+4’전략을 세웠다.
세계 2위 환적항 부산항과 액체 화물 중심지 울산항이라는 뛰어난 물류 인프라에, 대형 조선소와 선박 수리업체, 조선 기자재업체가 모두 부울경에 집적돼 있다. 철강(포항), 첨단 제조와 방위산업(창원), 자동차(울산) 등 수출산업단지가 항만 배후에 존재하고, 부산대(조선), 국립한국해양대(해운물류), 부경대(수산), 동아대(법학), 창원대(첨단산업) 등의 우수한 고등교육기관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추가되는 4대 인프라의 기대 효과는 부산으로 이전한 해수부와 산하기관의 현장 행정, 신설될 해사법원을 통한 해사 법률 인프라 고도화, HMM 등 주요 해양기업 본사 부산 유치로 일자리 창출, 동남권투자공사를 통한 금융 인프라 확대 등이다.
이런 작업의 효율을 좀 더 높이려면 부산·경남 행정통합 속도를 높이고 울산까지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분절된 행정 체계로 인한 중복 투자와 불필요한 경쟁을 해소할 때 동남권 발전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5일 북극항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던 부산항만공사 송상근 사장은 “앞으로 5년이 향후 50년 물류 지도를 바꿀 골든타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150년 부산항 역사를 뛰어 넘는 글로벌 물류 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향후 150년은 동남권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번영과 풍요의 시대가 될 것이다. -끝-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