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 불허’로 김해공항 5개월 머문 기니인, 법원 “심사 받을 기회 줘야”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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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심사 거부한 법무부 패소 판결
난민 신청한 30대 기니인은 승소
변호인“영상 등 증거 제출 고려한 듯”
‘조건부 입국’ 없으면 공항 더 머무를 수도

김해국제공항에 5개월간 머물고 있는 기니 국적 30대 남성 A 씨가 먹은 햄버거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김해국제공항에 5개월간 머물고 있는 기니 국적 30대 남성 A 씨가 먹은 햄버거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김해국제공항 출국 대기실에서 장기 체류 중인 난민 신청자에게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의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난민 심사를 거부당한 후 5개월간 공항에 머물며 소송을 진행 중인 기니 국적 남성의 손을 1심 재판부가 들어준 셈이다. 그는 군부 독재 반대 운동을 펼쳤으며, 정치적 박해를 피하려고 난민 신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부산지법 행정단독 박민수 부장판사는 기니 국적 30대 남성 A 씨가 법무부 소속 김해공항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법무부가 원고인 A 씨에게 내린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이다.

1심 재판부는 법무부와 달리 A 씨가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A 씨를 대리하는 공익법단체 두루 홍혜인 변호사는 “A 씨가 시위에 참여한 영상, 반정부 활동을 하는 정당에 가입한 증명서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며 “그러한 부분 등을 고려한 판결인 듯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우선 A 씨에게 ‘조건부 입국’을 허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법무부가 이대로 항소에 상고까지 나서면 사실상 형이 확정될 내년까지 ‘공항 난민’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인천국제공항에선 외부 센터 등으로 조건부 입국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법무부에서 기간을 꽉 채워 항소하기도 해 A 씨가 공항에 몇 개월 더 머무르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다.

앞서 법무부는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며 A 씨 난민 심사를 불허했다. A 씨는 지난 4월 27일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법무부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가 본안 심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보통 난민 인정 요건을 형식적으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소송에 나섰고, 김해국제공항 출국 대기실에 5개월 정도 머물고 있다. 김해공항에서 난민 신청과 관련해 장기 체류한 ‘공항 난민’은 A 씨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무슬림인 A 씨는 김해국제공항 출국 대기실에 머물며 대부분 햄버거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A 씨는 5개월간 98% 이상 식사를 출국 대기실에서 제공하는 햄버거만 먹었다”며 “무슬림인 A 씨를 위해 할랄 음식은커녕 성인도 매일 먹으면 버티기 힘든 햄버거를 거의 삼시세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공익법단체 두루에 따르면 A 씨처럼 난민 심사에 불회부하는 비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38%, 2023년 71.2%, 지난해 75.3%로 증가하고 있다. 해당 통계는 공익법단체 두루가 지난 5월 기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공식 통계 등을 바탕으로 추산했다.

홍 변호사는 “일주일 안에 많은 사안을 요구하다 불회부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최근 대법원에서 불회부 결정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낼 정도로 남용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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