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실패 딛고 지역 주도 체감 정책으로 ‘성공 모델’ 모색 [다시, 부울경 생존연대]
2. 다시 쓰는 오답노트
2022년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법률 지원·재정 이양 없어 실패
초광역경제동맹과 행정통합
메가시티 학습 효과 활용해야
정부 권한 이양 정책이 먼저
낡은 행정체계 개편도 필요
지자체장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민들 통합 합의가 가장 중요
부산·울산·경남의 ‘메가시티’ 추진 경험은 동남권이 다시 손잡기에 앞서 복기해야 할 오답 노트다. 2022년 4월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은 그해 9월 백지화됐다. 전문가들은 동남권이 메가시티의 학습 효과를 활용해 선도적인 초광역권으로 나아가려면 지역이 주도하는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옥상옥’과 ‘실효성’ 논란을 넘어
부울경 메가시티는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의 첫 사례였다. 앞서 2019년 당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부울경은 특별연합이라는 특별지자체를 거쳐 행정통합으로 가는 단계적인 통합을 통해 부울경 인구를 2040년까지 1000만 명까지 늘리고 지역내총생산(GRDP)도 275조 원에서 491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구상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부울경 광역단체장 자리를 꿰차면서 동력이 약해졌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경남도가 먼저 이탈을 선언했고, 울산이 뒤따랐다. 결국 3개 시도 광역의회는 특별연합 규약안을 잇따라 폐지했고, 3개 시도지사는 2023년 3월 공동 입장문을 통해 부울경 메가시티 대신 부울경초광역경제동맹과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발표한다.
부산연구원 이정석 책임연구위원은 “당시 부산시의회만이라도 특별연합 규약안을 폐기하지 않고 개시 시점만 연기했더라면 어렵게 만든 제도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과정 없이 지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5극 3특’ 정책에서도 먼저 출발선에 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그사이 부울경 메가시티 모델을 이어받은 충청과 광주·전남 광역연합이 앞서가고 있다.
당시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불참 이유로 든 가장 큰 이유는 ‘옥상옥’과 ‘실효성’이다. 메가시티의 경우 3개 시도의 행정조직은 그대로 두고 특별연합이라는 공동 기구를 만들어 인프라 등 특정 정책을 같이 추진하는 방식이다. 명확한 법률적인 지원과 재정 이양 없이 정부 권한만 이양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산 중심으로 쏠려갈 수 있다는 우려였다.
■행정통합이냐 특별연합이냐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당시 경남도의 실효성 지적은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과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목표와 법적 뒷받침,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부울경이 지금 다시 특별연합 형태의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추진한다면 과거와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되고 정부가 전국적인 초광역 체계를 구축해 재정과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먼저 내놓고 그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금은 행정통합이냐 특별연합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행정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낡은 행정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분명한 만큼 행정통합과 특별연합 모두 초광역권을 통한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는 “행정통합은 원래 급하게 진행하거나 단번에 결정될 수 있는 화끈한 이슈가 아니다”면서 “지자체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주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통합 취지를 알리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통합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합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유산인 부울경초광역동맹 추진단의 운영 경험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 과정은 실제로 주민들이 통합의 ‘효능’을 학습하고 체감할 수 있는 학습 과정이기도 하다. 이정석 연구위원은 “행정통합은 지난한 과정인 만큼 부울경이 합의할 수 있는 작은 사무 영역에서라도 지역이 주도해 성공의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정부에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광역권 내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과제다. 경남도의회 경남·부산 행정통합 특별위원회 허용복 위원장은 “경남의 경우 창원특례시와 17개 시군의 입장이 모두 다른 만큼 취약 지역에 변별력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