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거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성공 열쇠는 ‘주민 공감대’ [다시, 부울경 생존연대]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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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주민 토론회 8회 열려
인지도 저조·지역별 반응 달라
“상향식 통합 이뤄져야” 조언
내달부터 기초 단위 설명회
연말 최종 보고서 제출 계획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 절차로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총 8회에 걸쳐 진행된 권역별 주민 대상 토론회가 지난달 말 경남 창원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주민 인지도와 부산 중심의 ‘빨대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풀어야 할 숙제다.

9일 부산시와 경남도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2022년 10월 부산과 경남을 하나로 합쳐 완전한 자치권을 가진 분권형 통합 지방정부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이다.

문제는 속도를 낸 지자체 행보에 비해 사업에 대한 주민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주민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은 행정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열쇠로 꼽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 부산과 경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이 태반이다.

부산 동래구 주민 이은영(47) 씨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은데 핵심 내용은 잘 모르겠다. 부울경 메가시티와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예상한다”고 답했다. 경남 양산시에 거주하는 김지영(39) 씨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혼동이 클 듯한데 동의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행정통합의 최전선에 있는 공무원조차 통합 실현 여부에 의구심을 갖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남의 한 공무원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유치 측면에서는 좋다고 보지만, 막연한 느낌이다. 정권 따라 기조가 바뀌어 왔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경남 내에서도 지역별로 주민 반응은 차이가 있다. 공론화 초기부터 소지역주의 양상을 보이며 지역 간 갈등 조짐을 빚기도 했다. 지역 간 소통과 협력, 양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앞서 지난 7월 경남 서부권에서 열린 권역별 토론회에서는 통합 청사를 진주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 중심으로 쏠리는 대도시 ‘빨대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경남 동부권의 한 공직자는 “지리적인 접근성과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김해시에 청사를 두는 게 맞다. 균형발전을 위해 김해·양산·밀양시가 연계 중추 도시로 역할을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인제대 행정학과 오세희 교수는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광역보다 좁은 기초 지자체 단위로 공청회를 열 필요가 있다”며 “사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주민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끌어가는 상향식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는 다음 달부터 창원특례시와 경남도 내 17개 시군에서 기초 단위 사업 설명회를 연다. 이어 두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이달 중 1차 인지도 조사를 먼저 한 뒤 11~12월 행정통합 추진 찬반 투표를 하게 된다. 공론화위는 주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12월 말 두 지자체장에게 행정통합 관련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정원식 공동위원장은 “지금까지 주민 반응을 보면 지역별로 온도 차가 크다. 서부경남 지역과 군 단위 지역이 특히 소외를 우려한다”며 “현재 특례법안을 만들고 있는데, 통합 후 지역 내균형발전 방안도 꼭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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