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아시아 최고 인증 ‘부산 어워드’… 아시아 영화 ‘맏형’ 역 맡는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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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첫발 뗀 경쟁영화제

‘사회적 책임’ 생각할 서른 살
아시아 감독 작품 대상으로
‘부산 어워드’ 제정해 큰 관심
2025년부터 경쟁부문 신설
도전적 평가 심사위원단 구성
‘위상’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반복해서 고민·발전시킬 것”
BIFF 새 모험, 기대·우려 교차
“공정한 심사 등 원활한 운영으로
30년 명성 유지하는 지혜 기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제 관계자가 올해 영화제 공식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제 관계자가 올해 영화제 공식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이 일주일 남았다. 오는 17일 출발하는 서른 살 BIFF는 여러 면에서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30’이라는 숫자가 부여하는 상징성이 주는 무게감도 적지 않다. 논어의 ‘삼십이립’을 인용하지 않아도 서른 살은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숫자 30을 넘어 ‘어른’이 되는 나이로 인식된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야 할 나이이다. 명실공히 아시아 대표 영화제인 BIFF가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은 ‘부산 어워드’ 제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아시아 맏형’의 역할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인한 국제영화제는 2025년 현재 27개국 44개에 이른다. 이 중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국제영화제와 중국 상하이국제영화제가 경쟁영화제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BIFF는 부분경쟁영화제로 분류돼 있다.

도쿄와 상하이영화제가 이미 경쟁영화제로 공인받고 있는 상황에서 BIFF가 경쟁부문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군다나 1985년에 시작한 도쿄나 1993년에 출범한 상하이는 부산보다 역사도 더 길다.

답은 ‘아시아 영화’에 있다. 도쿄나 상하이가 경쟁영화제로서 각각 ‘도쿄그랑프리’와 ‘금작상’을 수여하지만, 아시아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도쿄는 신예 감독을 대상으로 ‘아시아의 미래’ 부문 시상을 별도로 한다. 하지만 전체 아시아 영화를 대표한다고 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부문은 그랑프리 수상작에 가려 상대적으로 큰 이목을 끌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오히려 도쿄 중심지인 히비야 일대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별도 예매 없이 시내를 오가다 거장 감독이나 영화계 스타를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BIFF는 도쿄나 상하이보다 늦은 1996년 출발한 늦둥이 영화제다. 그럼에도 30회를 맞는 지금은 국제적 명성이나 위상에서 그들을 넘어서는 아시아의 ‘맏형’임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BIFF가 아시아 감독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경쟁부문을 신설하고, ‘부산 어워드’를 수여하기로 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수상자는 단순히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수상 내역 한 줄을 추가하는 데에서 나아가 그해 ‘아시아 최고 영화’로 인정받았다는 자긍심까지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 계기 만들어야

권위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경쟁 부문을 도입하는 BIFF로서는 ‘부산 어워드’의 위상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인정받는 칸·베를린·베니스가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상에 대한 권위를 스스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권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BIFF도 이를 잘 알고 있다. BIFF 박광수 이사장은 올해 30회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와 기자회견에서 “한두 번 시행으로 자리 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거치며) 반복해서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IFF의 경쟁부문 도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BIFF 스스로 권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집중돼 있다. 여기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함은 물론이다.

부산대영화연구소장인 서대정(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BIFF가 30회를 맞아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동안 비경쟁영화제로서 누린 이점도 있는 만큼 이런 성과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운영을 잘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서 교수는 특히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한 ‘부산 어워드’ 제정에 대해 “자칫 잘못하면 BIFF가 스스로를 아시아 지역 영화제로 위상을 한정하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는 만큼 공정한 심사 등 원활한 운영을 통해 30년간 쌓은 명성을 잘 유지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범 이후 해외 경쟁영화제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는 BIFF도 상의 권위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부산 어워드’ 후보 작품 선정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위촉에도 큰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BIFF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나홍진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심사위원단에 대해 “영화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건 기본이고, 신설된 상이니 만큼 패기 있고 도전적인 평가를 해줄 만한 분들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경쟁부문 도입은 BIFF로서 큰 모험에 나서는 것이다. 모험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전이지만, 잘만 진행하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 역시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힘을 보탤 것이다. BIFF는 이미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영화계 인사는 "30회 BIFF를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으로 방향 잡은 것을 응원한다"며 "오늘의 선택이 결과로도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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