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만들고 기금 띄우고… '북극 진출' 시작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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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쇄빙선 건조 계약 체결
국내 유일 아라온호 성능 훌쩍
해진공, 개척 기금 조성 계획
운항지원센터 로드맵도 구체화
북극항로 개척 시대 본격 시동

한화오션이 극지연구소에 제안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극지연구소에 제안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이재명 정부의 북극항로 개척 공약이 본격 실행 수순에 들어갔다. 10여 년 전부터 추진과 중단을 반복해 온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가 계약과 함께 곧 진행되고, 가칭 ‘북극항로개척기금’ 이 조성되는 등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들의 ‘북극을 향한 쇄도’(Cold Rush)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해양수산부는 29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산하 극지연구소와 한화오션 간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 체결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인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은 총사업비 3176억 원을 들여 2029년 12월까지 세계적 수준의 쇄빙연구선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앞으로 1년간 설계, 내년 말 철판 커팅을 시작으로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완공 후 극지 해역 시험 운항과 성능 검증을 거쳐 2030년부터 본격적인 극지 연구 작업에 투입된다.

현재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총톤수 7507t)의 배 이상인 1만 6560t급으로 체급을 키운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쇄빙 능력도 강화한다. 약 2년생 얼음에 해당하는 1.5m 두께 얼음을 깨뜨리며 연중 운항할 수 있는 ‘Polar Class’(PC) 3등급을 목표로 한다. 1m 얼음을 깰 수 있는 기존 아라온호에 비해 50%가량 성능이 향상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저유황경유(MGO) 둘 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시스템도 갖춘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투입되면 현재 북위 80도에 제한된 북극 연구 반경이 북극점까지 확대되고, 새 연구선이 북극에 투입되는 2030년 여름이면 북극해 전역에서 항해가 가능해져,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등 북극항로 시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새 정부가 들어서서 북극항로 개척을 천명하면서 드디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 사업은 2015년 최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을 시작으로 이번 건조 계약까지 10년이 걸렸다. 예타 과정에서는 두 번이나 탈락한 끝에 2021년 ‘삼수’로 통과했다. 이후 조선소를 찾지 못해 유찰되다가 이번에 결국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게 됐다.

북극항로 진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기금 조성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개최한 ‘북극항로 개척 방안과 선결과제 점검 토론회’에서 해운 선사들의 상업 운항을 위한 금융과 정보 제공 방안을 제시하고 단계적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북극항로 개척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해진공은 시범 운항과 거점 인프라 구축, 쇄빙·내빙선 도입 지원을 위해 상업적 금융 지원 방식과는 차별화된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해진공은 또 앞으로 ‘북극항로 운항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민관 전문가 협의체 구성해 실행 로드맵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북극해의 다양한 환경을 실시간 선사들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10일 북극항로 관련 연구 기관 간담회를 열어 산업과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적 국가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확인하고, 연관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북극 정책 제안을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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