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보좌진 갑질’에 여의도 술렁… 부산 현역들은? [정가 티타임]
구설수 오를 만한 ‘괴짜’ 없어
의원실마다 워라밸은 엇갈려
조경태, 육아휴직·학업 권장
주진우, 업무 환경 개선 진심
잦은 교체·일방 해고 악명도
부울경 정치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정가 티타임’ 코너를 시작합니다. 공식 석상에선 드러나지 않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부터 지역 정가의 소소한 뒷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여의도 정치권이 술렁인다. 그동안 쉬쉬하던 보좌진 갑질 문화가 도마에 오르자 “이번엔 내가 타깃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보좌진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커뮤니티에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국회 보좌진은 단순한 수행비서나 업무 보조 인력을 넘어, 입법과 정책의 실무를 책임지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동반자’다. 법을 만들고 지역 현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학벌과 경력이 뛰어난 인재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위상과 달리, 국회 안팎에서는 여전히 ‘을’의 위치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도 “이 사안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필요했던 사안”이라며 보좌진 처우 개선을 공언했다.
부산 지역 의원들의 보좌진 사정은 어떨까. 보좌진의 ‘워라밸’은 의원 스타일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업무량이 많더라도 정무적 판단 외에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보고와 결재는 물론 지역의 사소한 민원까지 수시로 챙기게 하는 의원도 있다. 다만 구설에 오를 만큼 ‘괴짜’로 불릴 의원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조경태 의원은 국회 내 ‘숨은 미담 보유자’로 통한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홀로 가방 하나 메고 전국을 돌아다닐 정도로 독립심이 강한 그는 평소 보좌진들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편이다. “아이를 낳는 건 애국”이라며 육아휴직도 적극 권장한다고 한다. 실제로 한 여성 보좌관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세 명의 자녀를 출산하며 9년 가까이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육아휴직 보장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겠지만 주말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국회의 특성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원 심기에 따라 밥줄이 좌우된다는 게 이 바닥의 ‘웃픈’ 현실이다.
조 의원은 ‘보좌진을 고학력자로 만들어주는 의원’으로도 통한다. 그의 보좌진 중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원은 무려 8명. 모두 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조 의원의 권유에 따라 학업을 병행해 학위를 따냈다. 현재 의원실에 남아 있는 박사 학위자는 2명으로, 선임인 이동영 보좌관 역시 평소 “신바람 이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의원실 내 학구 열풍을 자랑한다.
20년 넘게 한 보좌관과 동행하는 의원도 있다. 김희정 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에 첫 입성한 이후, 19대와 22대 총선을 거치며 같은 보좌진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왔다. 그 만큼 신뢰 관계가 두텁다는 얘기다. 초선인 주진우 의원은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업무 환경 개선에 진심인 의원’으로 통한다. 실제로 의원회관 사무실을 큰 비용을 들여 직접 개조할 만큼 근무 환경에 신경을 기울였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에도 보좌진 교체가 잦기로 유명한 한 의원이 있다. 해당 의원은 의정 활동 내내 수시로 보좌진을 바꿔 뒷말을 낳았다. 최근 들어 교체가 잠시 멈췄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써보니까 결국 다 비슷비슷하더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소문도 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른바 ‘메신저 해고’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총선 직후 “22대 국회는 다른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메시지 한 통으로 오랜 기간 함께한 보좌진을 단번에 해고한 것이다. 이 의원은 바뀐 보좌진에 대해서도 수시로 외부에 ‘디스’를 해서 보좌진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고 한다. 보좌진이 자주 바뀌다 보니, 의원실에 연락하기 전에 국회 홈페이지에서 ‘현재 보좌진’ 명단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