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들기 첫 걸음, 다른 마음 존중하기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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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알아?/야나
정서 문해력 키워주는 시리즈
회화 작가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친구를 찾습니다/이은서
학원·학습지에 친구 뺏긴 아이
직접 친구 찾기 나서는 이야기

그림책 <너 그거 알아?> 속 삽화. 노란상상 제공 그림책 <너 그거 알아?> 속 삽화. 노란상상 제공

대한민국의 출생률이 세계 최저라는 건 이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한 집에 1명은커녕 평생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가 이상하지 않다. 형제자매에게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양보와 공감, 이해조차 학습으로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놀이터나 키즈 카페에서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해 뱅뱅 도는 아이, 그 아이를 대신해 부모가 “같이 놀아줄래”라고 부탁하는 게 흔한 풍경이다.

이럴 때 그림책과 창작 동화는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상대를 어떻게 존중하는지 간접 경험을 하게 한다. 최근 출간된 어린이책 중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생에게 친구 사귀기에 관한 실속 있는 요령을 담은 2권의 책이 눈길을 끈다.

4~7세 대상의 그림책 <너 그거 알아?>는 남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토닥별이라는 섬은 여러 종류의 동물 친구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다. 작은 배를 타고 머나먼 바다를 떠다니다가 토닥별에 도착한 토토는 마을 친구들이 친절하게 맞이해 줘서 섬에 머무르게 된다. 마을 친구들과 잘 지내지만, 토토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자꾸만 친구에게 “너 그거 알아?”라고 말한다. 자기 눈에 새롭게 신기한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때론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자기만 아는 것처럼 설명하거나 질문하고 정작 대답은 듣지 않고 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친구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가끔 위험한 행동도 저질러 토토로 인해 친구들이 속상한 순간이 늘어난다.

결국 나무에서 떨어진 토토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이 힘을 합치고 토토의 행동에 관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일상 속 다양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연습하도록 돕는다.

요즘 아이들이 꼭 갖춰야 할 능력으로 ‘정서 문해력’을 꼽는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이를 생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바로 ‘정서 문해력’이다. ‘토닥별 마을’ 시리즈는 따뜻하고 경쾌한 이야기로 아이의 ‘정서 문해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인 야나 작가는 화사한 색감과 사랑스러운 동물이 등장하는 ‘YANAZOO’ 회화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 개인전과 아트페어에서 따뜻한 그림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릴 적 가족을 잃고 외톨이가 된 마운틴고릴라가 새로운 무리 속에서 지지와 협력을 배우며 20년 넘게 리더로 생활했다는 연구 결과에서 영감받았다고 밝혔다. 야나 글·그림/노란상상/48쪽/1만 7000원.

동화책 <친구를 찾습니다> 속 삽화. 책읽는곰 제공 동화책 <친구를 찾습니다> 속 삽화. 책읽는곰 제공

2024 아르코 문학 창작산실 선정작인 <친구를 찾습니다>는 섬세한 그림, 결이 고운 이야기가 돋보이는 저학년용 동화이다.

책은 2학년 홍지아가 “어른들은 놀이터를 왜 만들었대? 놀 시간도 안 주면서!”라며 울분에 차 소리를 지르며 시작한다. 2학년이 된 뒤로 지아는 학교 끝나면 친구들 얼굴 보기가 어렵다. 다들 학원이다, 학습지다 해서 지아랑 같이 놀 시간이 없다. 지아 아빠는 함께 놀 친구를 직접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지아는 현관문에 붙은 광고지에서 힌트를 얻어 방과후 햇살 초등학교에서 같이 놀 친구를 찾는다는 초대장을 직접 만들어 붙인다. 친구들이 잘 가는 곳마다 붙였는데 반 친구들은 그런 초대장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동화책 <친구를 찾습니다> 속 삽화. 책읽는곰 제공 동화책 <친구를 찾습니다> 속 삽화. 책읽는곰 제공

그래도 누군가 본 친구가 있을 거라는 기대로 놀이터에 갔더니 친구는 보이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 3명이 앉아 있다. 실망한 지아는 돌아가려는데 할머니가 지아의 초대장을 보여주며 놀고 싶어 온 거 아니냐며 우리랑 놀자고 말한다. 이들은 함께 보물찾기, 축구를 하며 지아는 오랜만에 신나게 논다. 우정에는 나이가 없고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운 지아. 조손 세대의 교감이 이렇게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사실 지아의 초대장은 경비원이 환경미화를 위해 모두 제거했고, 분식집에서 살아남은 초대장을 보고 지아 또래의 친구가 나타나 이젠 5명이 함께 즐겁게 노는 장면으로 책이 끝난다. 이은서 글·이주혜 그림/책읽는곰/84쪽/1만 3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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