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순방 중 자제’ 권고에도…‘검사장 고발’로 드러난 여당 엇박 기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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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지도부 "대통령 순방성과 소상히 공유돼야" 당부에도
與법사위, 지도부 상의 없이 검사장들 고발 '엇박자 행보'
지도부도 사법부 향한 강경발언 쏟아…1인 시위까지 진행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전현희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대특검종합대응특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전현희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대특검종합대응특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 동안 당 차원 ‘입조심’을 강조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방침에 집단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기습적으로 고발했다.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여당이 정치 이슈를 부각해 대통령 성과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가 나서 공세를 자제하기로 했지만, 강성 의원들의 각개전투로 당내 엇박 기류가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의 고발 조치는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해당 안건이 회의에서 논의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전날 대장동 항소 포기 방침에 집단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자 불편한 기류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예기치 못한 당 주도의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는 데 따른 부담으로 해석된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범여권 의원들은 전날 대장동 개발비리 일당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해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추가성명을 요구하는 집단성명을 발표한 검사장 18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김병기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얘기도 안 하고 한다고 자꾸 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법무부와 논의해 정교하게 진행해야 할 검사장들에 대한 조치를 법사위원들이 사전 논의 없이 진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신상에 관한 부분은 민감하기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정교하게,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며 “알아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사위원들의 고발 조치는 당 지도부와 논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당 지도부의 방침을 사실상 정면에서 거스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7박 10일의 해외순방 일정을 시작한 지난 17일 “대통령이 (해외) 나갈 때마다 꼭 당에서 이상한 얘기(를) 해서 성과가 묻히는 경우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며 순방 기간 중 ‘입조심’을 당부한 바 있다.

대통령 순방 기간 중 분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찾았을 때도 법사위가 지도부와 협의 없어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 의결을 강행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다만 당내 강경파들은 당 지도부 지침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법사위 소속이자 원내부대표이기도 한 김기표 의원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고발은 상임위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해 몸집을 키우기 위한 독자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전현희·김병주 최고위원는 사법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최고위원은 전날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연이은 영장 기각 사례 관련해 “내란 종식 국정농단 수사에 사법부가 번번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내란전담재판부, 특검 영장전담판사 즉각 도입해야한다.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나아가 당을 향해서는 ‘내란 전담 재판부, 특검 영장 전담 판사’ 즉각 도입 추진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더 나아가 “사법부가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지난 17일부터 지속적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전 최고위원도 참여한 당 내란특검대응특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심야 회의가 내란 시나리오의 마지막 고리였다는 의혹이 있다”며 특검의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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