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예술대 폐교 추진에 학생들 “지역 예술 기반 무너져” 반발
작년 12월 국가장학금 지원 중단
내년도 신입생 모집마저 불투명
9월 이사회에 폐교 안건 상정돼
비대위 “교육부 감사 요청할 것”
지난 6일 부산 남구 부산예술대학교 캠퍼스 게시판에 학생들이 폐교 추진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유일한 예술 전문대학인 부산예술대학교가 재정난을 이유로 폐교를 추진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폐교가 현실화하면 지역 예술 인재 양성 기반이 무너지고 정주 청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예술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부산예술대 폐교 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7일 학생 50여 명과 함께 안원철 총장을 만나 폐교 추진 여부를 확인하고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폐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안 총장은 “폐교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예술대 재학생인 비대위원장 A 씨는 “대표 학과인 실용음악과는 한때 재학생이 450명에 달했고, 경쟁률도 10 대 1에서 20 대 1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대학이 잘 운영될 때 모아둔 적립금은 다 어디 가고, 수억 원 적자로 폐교를 추진한다는 학교 측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한 운영으로 대학을 이 지경까지 만든 책임을 묻기 위해 감사원과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과 비대위에 따르면 부산예술대는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 이에 내년도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대학 재정도 날로 악화하면서 올해 하반기 수시모집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전문대학은 수시모집을 통해 대부분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등록금이 주요 재원인 만큼, 이를 두고 사실상 대학이 폐교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부산예술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원곡학원은 지난 9월 30일 이사회에서 자진폐교 안건을 상정했다. 원곡학원은 부산예술대와 함께 부산 남구 동천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단과대학 통합 등 여러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가장학금 지원 중단으로 신입생 모집이 막히면서 재정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교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자, 학생들은 학교 유지 대책과 재학생 학업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구체적으로 △학교 매각 △교육부에 학사 운영권 반납 △타 대학과 통합 등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현 1학년 학생들이 전학 없이 졸업할 수 있도록 학업을 보장할 것도 요구했다. 비대위는 재학생과 졸업생, 부산 시민 등을 대상으로 폐교 반대 서명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교육부가 소규모 예술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종합대학과 동일한 기준으로 국가장학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예술대학은 취업률과 재정 지표가 일반 대학과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동일 잣대로 평가하면서 장학금 지원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학생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폐교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사회 피해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예술대 관계자는 “실용음악과 무용 등은 지역 다른 대학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전공”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예술 인재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금까지 운영해 온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체육시설 등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던 공간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예술대는 지난 30여 년간 배우, 가수, 공연기획자 등 여러 예술 인재를 배출해 왔다. 대표 졸업생으로 배우 김광규, 개그맨 허경환, 가수 길건, 인기 밴드 ‘데이식스’ 멤버 원필이 있다. 부산예술대가 폐교하면 2020년 문을 닫은 동부산대학교에 이어 부산 지역 두 번째 폐교 사례가 된다. 현재 재학생은 406명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