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거주지 진료 경상도 17.6% 최하위… 부산 절반 불과
동아대병원, 환자 이동패턴 분석
부산 59%, 대구 72.7% 대조적
거주지 외 치료 71.6% ‘서울행’
거주지에서 간암 치료를 받는 경상도 환자 비율은 단 17.6%에 불과했으며, 부산 간암 환자가 거주지에서 치료 받는 비율도 절반에 그쳤다. 거주지 외 지역에서 치료받는 감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서울행’을 택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 접근성 격차 해소를 위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아대병원 최영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3~2021년 새로 간세포암 진단을 받은 환자 6만 4808명의 의료 이동 패턴을 분석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간암 환자의 국내 의료 이동 패턴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논문은 〈세계 소화기종양학술지〉 최근 호에 게재됐다.
동아대병원 최영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간암의 경우 진료 가이드라인이 확립돼 있어 지역 상급 종합병원에서도 표준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동아대병원 제공
분석 결과에 따르면 거주지에서 치료받는 비율은 서울이 95.9%로 가장 높았다. 대구(72.7%)와 부산(59.7%), 대전(57.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경상도(17.6%)와 충청도(18.8%), 광주시(23.4%)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된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72%)로, 경기도(8%)와 대구(6%), 부산(4%) 등과 큰 격차를 보였다. 수도권을 비롯해 인근 광역시 등 타지역에서 치료받는 비율은 경상도가 82.4%로 가장 높았으며, 충청도(81.2%)와 광주(76.6%)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간암 진단을 받은 후 첫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다른 지역 출신 환자 비율을 따져보면 광주는 64.0%로 가장 높았다. 대구(50.3%)를 비롯해 대전(49.1%), 부산(33.4%)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을 비롯한 대구, 광주와 같은 지역 거점 도시들이 주변 지역 환자들을 유치하는 2차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거주 지역 외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71.6%가 서울을 택했으며, 경기도를 포함하면 79.4%에 달했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여주는 수치인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최 교수는 “간암의 경우 진료 가이드라인이 확립돼 있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역 상급 종합병원에서도 표준 진료가 가능하다”며 “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수치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의료 이동에는 연령과 소득 수준이 중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연구결과 확인됐다. 거주 지역 외부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평균 연령은 60.3세로, 지역 내에서 치료받은 환자(62.4세)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40~49세와 50~59세 연령 그룹이 고령층에 비해 타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젊은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소득 수준도 이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 수준이 높은 환자일수록 거주 지역을 벗어나 치료받을 가능성이 증가했다. 동반질환이 많거나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들 역시 이동할 가능성이 낮았다. 건강 상태가 악화된 환자일수록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의료 집중화가 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과밀화, 긴 대기 시간, 의료진 소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지역 간암센터 설립 강화 △원격의료 기반 종양 위원회 구현 △의료 자원의 지역 재분배 △지역 간 치료 조정 개선을 포함한 분산화 전략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의료 여행이 심화되면 지역 의료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서울로 환자가 몰리지 않고 지역별로 고르게 암 치료 접근이 보장되도록 지역 거점 병원들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