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하천 동천 50억 보행교 추가 건설 논란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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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사업 타당성 용역 추진
지역 연결·상권 활성화 등 기대
인근 주민들의 설치 요청 민원도
실효성 기대 이하·졸속 추진 지적
구의회 "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부산 주요 도심하천인 동천에 보행자 전용 교량 건설을 두고 논란이 인다. 인근 주민들의 교랑 건설 요구에 구청은 교량 건설을 위한 용역에 나섰는데, 구의회를 중심으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인다.

부산진구청은 동천 보행전용교량(이하 동천 보행교) 건설을 위한 사업 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다리는 길이 약 50m, 너비 6~8m로 부산진구 범천동(범일로 154번길)과 남구 문현동(전포대로 77번길)을 연결한다.

구청은 최근 구비 5000만 원을 들여 동천 보행교 건설을 위한 사업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다. 동천 보행교 건설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개설 후 예상 통행량 등 동천 보행교 건설의 필요성을 검증하고 문제점, 개선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한다. 용역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구청과 주민들은 이 다리가 개설되면 동천을 사이에 둔 두 지역의 연결성을 높이고 외부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여 상권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청은 동천 보행교 건립에 드는 비용을 50억 원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동천에 두 지역을 잇는 다리가 가까이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는 데다, 일대에 별다른 관광 자원도 없어 관광객 유입 등의 효과도 실질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도심을 지나는 약 2.5km 동천 구간에 교량 10개가 있는데 동천 보행교 개설 예정지 북쪽으로 약 120m 지점에는 성서교, 남쪽으로 약 100m 지점에는 무지개다리가 이미 있다.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도 인다. 앞서 부산진구청이 용역 추진을 위해 작성한 과업 지시서 내용 일부가 타 지자체의 과업 지시서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해운대구청이 작성한 ‘수영강~온천천 연결 보행교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과업 지시서’와 유사성이 높은데, 과업 목적을 표기한 부분이 ‘온천천’과 ‘수영강’을 각각 ‘부산진구’와 ‘남구’로 바뀐 채 과업 지시서에 그대로 표기됐다. 일부 문장에는 ‘수영강’이 여전히 등장하기도 한다.

구의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진구의회 성현옥 부의장은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동천 악취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행교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기존 다리의 평소 보행자 통행도 적기 때문에 보행교 설치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진구청은 올해 초 구청장 동 순방 당시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동천 보행교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됐고, 사업 추진에 용역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일대 형성된 상권을 중심으로 보행교를 이용할 유동인구도 적지 않다고 본다.

부산진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보행교 설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용역 과정에서 우려되는 경제성 등 검토를 통해 실제 보행교 건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용역 심의에 앞서 관련 사업 추진 경험이 없었던 직원이 과업 지시서를 타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급히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수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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