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 필요” vs “시행규칙 변경하면 가능” [조선·해양플랜트 해수부 이전 공방]
조승환 의원-전재수 장관 논쟁
조 “해수 업무 모두 법률에 나열”
전 “산업부 소관 명시 없어 가능”
정치권 “법률 명시가 가장 안전”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맞물려 해수부 기능 강화 논의가 국회에서 이어지면서 방법론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조선·해양플랜트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해수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두고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주장과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재수 해수부 장관을 상대로 “조선·해양플랜트 기능의 해수부 이관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장관은) 직제령을 통해 개정하지 않아도 기능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하는데,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해수부는 해양 정책부터 시작해 심지어 해양안전심판까지 업무를 다 나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조직법에) 넣지 않으면 산업부에서 조선 기능을 가져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 장관은 “특정 부처의 특정 기능과 역할을 정부조직법에 다 담아놓지 않는다”며 법 개정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에 조선·해양플랜트 분야가 산업부 소관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상업·무역·공업·통상, 통상교섭 및 총괄·조정, 외국인 투자, 중견기업, 산업기술 연구개발정책 및 에너지·지하자원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한다. 이 중 공업 분야에 조선·해양플랜트가 포함돼 산업부 권한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 ‘조선해양플랜트과’가 설치돼 있어 관련 업무가 산업부 소관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 장관은 이 시행규칙을 개정해 조선·해양플랜트 기능을 해수부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시행규칙만으로는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선·해양플랜트 기능을 해수부의 고유 사무로 굳히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법률에 명확히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시행규칙이 달라질 수 있고, 대형 정책 현안이 발생하면 산업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헌법 제96조가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 만큼, 권한 이관을 시행규칙으로만 처리하는 것은 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해양플랜트 외에도 해양수산문화, 수산식품 산업 등 해수부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해수부 업무 범위에 ‘수산식품산업진흥, 조선·해양플랜트, 해양에너지, 해양·수산 외국인투자, 해양수산문화·레저·관광, 해양환경’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업무에서 ‘해양수산문화·레저·관광’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에서 ‘수산식품산업진흥’을 제외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산업부가 가지고 있는 조선·해양 플랜트 업무를 해수부로 이전해서 해양정책과 산업정책이 같이 가지 않으면 해수부 이전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해수부 기능 강화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전 장관이 해수부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지, 또 다른 부처의 업무를 어떻게 조율해 가져올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해수부의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다른 부처 소관 업무의 이관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 장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해수부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려는 판단일 수도 있지만 부산 시민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