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불안한 청춘·예술적 회복… ‘부산 어워드’ 후보작 6편 공개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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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BIFF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후보작 ‘충충충’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창록 감독, 배우 주민형, 백지혜, 신준향. 이지원 인턴기자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BIFF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후보작 ‘충충충’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창록 감독, 배우 주민형, 백지혜, 신준향. 이지원 인턴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의 출품작간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후보작 14편 중 6편의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 세계를 홍보했다. 청춘의 상처에서 예술적 회복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교차하며 영화제의 열기를 한층 달궜다. 올해 처음 도입된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 영화의 현재성과 확장성을 조명하기 위한 공식 경쟁 부문으로, 수상자에게는 총 상금 1억 1000만 원과 세계적 거장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될 예정이다.


■상처받은 청춘들

경쟁부문에서 21일 현재까지 소개된 작품 6편 중 3편은 청춘 세대의 불안과 상처를 직면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빈곤, 임신, 폭력이라는 키워드는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청년기의 균열과 갈등’을 중심에 놓았다.

지난 19일 첫날 기자회견의 포문을 연 작품은 일본 나가타 고토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였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가난과 범죄에 내몰린 세 명의 청년 도망자의 여정을 따라간다. 배우 하야시 유타는 학대 속에서도 살아가는 주인공 마모루의 내면 균열을 집중적으로 표현해, 빈곤한 청춘의 초상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나가타 감독은 “정작 일본인도 잘 모르는 일본 사회의 청년 빈곤과 범죄 노출 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둘째 날에는 한국 유재인 감독의 ‘지우러 가는 길’이 소개됐다. 교사와의 비밀 연애 끝에 임신하게 된 고등학생 윤지의 시련을 담았다. 배우 심수빈은 “윤지를 이해하기보다 공감하려 했다”고 전하며,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거운 소재지만 해학적 요소를 더해, 웃음 속에서 상처를 보듬는 시도도 돋보였다. 유 감독은 “청소년 임신과 출산, 임신 중지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국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은 청소년의 충돌과 충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감독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폭력과 욕망에 휘말린 고등학생들의 현실을 다뤘다. “세상이 디스토피아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90년대 세기말적 정서를 참고했다”는 한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는 누벨바그와 아메리칸 뉴시네마를 오마주하며 저항적 기운을 불어넣는다. 배우 주민형과 백지혜는 캐릭터의 내적 고통과 욕망을 몸소 체현하며, 신예답지 않은 몰입을 보여줘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2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BIFF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후보작 ‘여행과 나날’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심은경, 미야케 쇼 감독, 배우 타카다 만사쿠. 정성운 인턴기자 지난 2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BIFF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후보작 ‘여행과 나날’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심은경, 미야케 쇼 감독, 배우 타카다 만사쿠. 정성운 인턴기자

■예술과 삶의 회복 모색

6편 중 나머지 세 작품은 예술과 기억, 존재의 성찰을 중심에 두었다. 이들은 ‘상실 이후의 회복’이라는 보다 보편적 주제를 스크린 위에 새겨 넣었다.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은 여름 바닷가와 겨울 설원을 배경으로 두 인물이 만나 동행하며 깨달음을 얻는 여정을 그린다. 미야케 감독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싶었다”며 “자연의 장엄함을 음악으로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한국 배우 심은경은 “내 고유한 매력을 존중해준 감독 덕분에 새로운 해석을 발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는 창작의 고통을 받거나 예술을 멈춘 인물들이 다시 예술의 불씨를 되살리는 이야기다. 음악가와 사진가, 미술가 등 세 명의 등장인물이 현실과 과거 기억 속을 오간다. 그리고 옛 연인과 재회하며 아름다웠던 기억을 통해 예술적 욕망을 되찾는다. 시가야 감독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갈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타니구치 란은 “겉으론 강하지만 내면은 불안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타지키스탄계 미국 감독 이저벨 칼란다의 ‘또 다른 탄생’은 어린 딸의 눈을 통해 어머니의 고통과 여성의 삶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칼란다 감독이 각본에 주연까지 맡고 그의 가족까지 출연한 영화는 시와 영화가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를 통해, 모성과 여성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 칼란다 감독은 “여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외로움이 여성 인생의 일부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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