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가덕신공항 불참’ 제재 제동… 국책사업 방기 책임 피해가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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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조감도(최신) 가덕신공항 조감도(최신)

부산·울산·경남(PK)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일방적으로 포기한 현대건설이 법적 책임을 피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현대건설에 대해 ‘부정당업자’ 지정을 통한 제재를 검토했지만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법적 책임이 없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기업의 책임 방기로 국책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페널티가 마련돼야 향후 또다른 기업의 무책임한 사업 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국토부에 “현대건설을 공공입찰 제한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국가계약법상 공식 해석을 전달했다. 수의계약 단계에서는 본계약 체결 전 계약 이행 의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는 우선협상대상자가 협상을 포기하거나 실시설계자가 설계를 중단하는 경우, 수의계약 단계에서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등은 법적으로 계약 이행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계약을 위한 ‘협상’ 주체일 뿐, 아직 본계약 의무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단계라고 본 것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정부가 제시한 공기 84개월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108개월 공기 연장을 요구했다. 국토부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끝내 공사 참여를 포기했다.

국토부는 현대건설의 불참으로 사업 일정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추가 사업비 부담이 발생하는 등 국민 부담이 늘어난 점을 들어 법적 책임 검토에 나섰다. 지난 6월 박상우 전 국토부장관은 국회에서 “사업 일정 지연에 깊은 유감”이라며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 행위가 국가계약법 등의 제재 대상이 되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국토부는 국가계약법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자격 제한 가능여부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기재부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조달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적법하게 조치하겠다”고 제재 검토를 시사했다.

이후 관련법 소관부처인 기재부는 국토부 요청으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현대건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아니하거나 방해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해석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현대건설은 정부 사업에서 입찰 참가 자격에 제한을 받게 된다.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경우, 최대 2년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현대건설은 가덕신공항 사업에서 계약을 철회한 이후에도 부산지역 공공사업 참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부산의 1조 원 넘는 규모의 고리 1호기 해체 사업 참여 의지를 보이는가 하면, 2900억 여 원 사업비가 투입되는 벡스코 제3전시장 건설 공사에도 입찰 의사를 밝혔다. PK 지역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 조성 공사를 1년 이상 지체시킨 이후에도 수익이 보장되는 지역 사업에 손을 뻗쳐 선택적 사업 참여를 꾀한 것이다.

현대건설과 같은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 방기 기업에 대한 페널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현재의 결론은 국토부의 제공 자료만을 기초로 내린 것으로 현대건설의 제재 가능성은 완전히 닫히진 않았다. 기재부는 “(이 같은 법령 해석은) 국토부가 제공한 사실 관계만을 두고 해석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계약체결 의무가 있는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음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계약 체결과 관련해 방해가 있었는지 여부 등은 개개의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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