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 ‘무죄 구형’… 최말자 씨 징역형 선고 60년 만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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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3일 오전 첫 공판기일
검찰 “최 씨에게 무죄 선고해달라”

23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말자(가운데 흰색 옷) 씨.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23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말자(가운데 흰색 옷) 씨.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60여 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당사자인 최말자(79) 씨 재심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향후 선고기일에서 최 씨는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을 전망이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 씨 사건 재심 첫 공판기일을 23일 열었다. 올해 5~6월 열린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던 최 씨는 이날 법정에 직접 나왔다.

검찰은 이날 최 씨에게 무죄를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최 씨)과 증인 신문을 하지 않겠다”며 빠르게 재판을 종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최 씨 측 변호인도 재판 절차 최소화에 공감하며 “검찰이 무죄를 구형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면서 최 씨는 향후 선고기일에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 씨는 “저를 위해 모여주신 여러분들께 머리숙여 고맙다고 인사드린다”고 밝혔다.

최 씨는 “1964년 생사를 넘나든 악마 같은 그날의 사건은 어떠한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들의 피를 토할 고통에 대한 심정을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죄인으로 살아온 삶에서 이제 희망과 꿈이 있다면 우리 후손들은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이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두 손 모아 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은 성폭행 피해자인 최 씨가 정당방위가 아닌 중상해죄로 60년 전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다룬다. 1964년 5월 6일 당시 18세였던 최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 모(당시 21세) 씨 혀를 깨물어 약 1.5cm 절단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 됐다.

1965년 부산지법은 6개월간 옥살이를 한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노 씨는 최 씨보다 더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강간 미수가 아닌 특수 주거침입·특수협박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나왔다. 노 씨는 사망한 상태로 추정된다.

최 씨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 등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 다뤄졌다.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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