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대법원 판단이 대선 흔든다
대법원 1일 오후 李 선거법 위반 사건 판단
상고 기각, 파기 환송, 파기 3판 '3가지 시나리오'
李 무죄 땐 국민의힘 '최악의 대선' 불가피
국민의힘 "유죄 결론. 대선 전 선고 필요"
민주당 "대법, 파기환송하면 대선 개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5월 1일 나온다. 6·3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오는 대법 판단은 이번 선거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상고 기각’(무죄)을, 국민의힘은 대법원이 직접 형량을 결정하는 ‘파기 자판’을 통한 유죄 선고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선고 결과에 따라 거대 양당의 대선 전략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일 이 후보의 무죄가 확정돼 ‘사법리스크’를 털어낼 경우, 국민의힘은 더욱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악의 대선을 치르게 된다.
3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5월 1일 대법 전원합의체(전합)가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꼽을 수있는 세 가지 선택지는 △상고 기각(무죄) △유죄 취지 파기 환송 △파기 자판이다. 여기에 더해 파기 자판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량이냐 아니냐로 다시 나뉠 수 있다.
상고 기각은 2심 무죄 선고에 따른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이 후보의 무죄가 확정되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최고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반면 파기 환송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 고법은 대법원 판단을 반영해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의 유죄 판결로 본다. 파기 자판은 원심을 파기한 뒤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이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을 때는 대법이 형량까지 정해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대법이 어떤 판결을 내놓든 6·3 대선판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법이 상고 기각을 선고하면 이 후보는 최대 사법리스크를 털어버리게 된다. 사법리스크가 최대 약점이었던 이 후보의 대권 가도에 최대치의 탄력이 붙게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무죄를 자신하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대법의 상고 기각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불안감이 퍼져있다.
유죄에서 무죄로 엎어진 과거 이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은 상고 기각 시나리오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 후보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이후 대법은 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 뒤 유죄를 엎고 무죄 취지로 환송한 바 있다. 선거 후보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둔 판결이다. 여기에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점과, 주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굳히고 있는 점은 대법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이다. 대법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결정하더라도 6·3 대선 전 확정 판결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이 후보 출마 자체엔 문제가 없다. 다만 대통령 후보 자격 논란은 불가피해진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약점이 더욱 부각되는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선 악재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만일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경우 이 후보를 둘러싼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이슈 블랙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인정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맞붙으며 국론 분열이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대법의 파기 자판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대법이 직접 형량을 정하는 파기 자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법의 ‘이례적인 속도전’이 파기 자판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 전합의 선고 시점이 예상보다 이르기 때문이다. 대법이 논란을 키울 수 있음에도 선고 기일을 빨리 잡은 것은, 조속한 파기 자판을 통해 대선 혼란을 줄이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1일 대법 선고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예상 못한 깜짝 소식이었다”며 “(대법이) 선고 기일을 빨리 잡고, 이재명 무죄를 선고하는 건 대법 입장에도 리스크가 따르기에 파기 자판 등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 파기 자판으로 이 후보에게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대법의 ‘초고속 선고’에 이 후보 무죄를 더욱 자신하고 있다. 법무부장관 출신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날 “대선 전 선고가 아니라면 (대법이) 굳이 전원 합의체 돌려서 그렇게 계속 상의하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법이)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여서 만약에 그 유죄의 취지로 항소심을 다시 번복하고 파기환송을 한다면 대선 개입이라는 여론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속한 결론을 예고한 것은 무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거듭 이 후보의 유죄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날 “(대법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돼도 하루 만에 고등법원에 보낼 것 같다”며 “이미 결론이 유죄로 정해졌으니 한 번만 재판을 열고 최후 변론만 거치면 바로 선고기일이 잡힌다”고 대선 전 확정 판결에 힘을 실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