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불 잡았지만 아직도 곳곳서 연기… 잠 못 드는 산불 현장
경남 산청·하동 산불 진화 불구
낙엽층 아래 여전히 ‘좀비 불씨’
야간엔 열화상 탐지 드론도 동원
잔불 정리 최대 열흘 정도 예상
피해 지자체는 복구 작업에 집중
10일 간의 사투 끝에 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지난달 30일 진화됐지만, 산림 당국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산청군과 하동군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잔불까지 진화하려는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31일 경남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1시 기준 산청·하동 산불 주불이 잡힌 이후 당국은 곧바로 잔불 감시 체제로 돌아섰다. 이들은 야간에도 별도로 열화상 탐지 드론을 띄워 현장 잔불을 감시 중이다. 이에 맞춰 산불 진화 인력을 대기시켜 불씨가 살아나는 장면이 포착되면 곧바로 현장에 인력을 출동시키고 있다.
31일에도 산림 당국의 잔불 감시는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불이 타면서 확산하는 상태를 주불, 주불이 진화된 장소의 불씨를 잔불, 잔불이 발화한 게 뒷불이라고 한다. 오전부터 진화 헬기 13대, 인력 602명, 장비 258대를 투입해 산청군 일대 잔불 감시와 뒷불 정리에 집중했다.
잔불 진화의 첫 단계는 헬기나 드론의 몫이다. 주불이 꺼진 화재 현장을 돌며 연기가 나는 곳을 찾는다. 잔불로 인한 연기가 확인되면 헬기가 현장에 물을 쏟아붓고 산림청 특수진화대 등 인력이 출동해 뒷불을 정리하는 식이다.
31일 오전 산청 구곡산 일대에서는 주불이 완전히 꺼진 현장 곳곳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올라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산청군에서 산불 피해가 가장 심했던 시천면 한 주민은 “현장이 잘 보이진 않지만 연기가 가끔 올라온다.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계속 가슴 졸이면서 산만 바라보고 있다. 가족들도 계속 전화가 와서 안부를 확인한다. 평온했던 일상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산청·하동 산불 현장은 낙엽층 최대 깊이가 100cm에, 무게만 ha당 300~400t에 달한다. 바깥에 있는 주불이 진화되더라도 땅속 ‘이탄층(식물들이 일부 썩어서 쌓인 토층)’에 퇴적된 유기물질이 연소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꺼도, 꺼도 되살아나며 산림 당국을 경악시킨 ‘좀비 산불’이 바로 이 현상 때문이다.
산불통합지휘본부는 잔불 정리가 짧으면 일주일, 길면 열흘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산불 초기처럼 급격하게 확산하거나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되지만 아직은 마음을 놓기 힘들다. 곳곳에서 계속 연기가 확인되고 있고 그때마다 헬기 등을 동원해 물을 뿌리고 있다. 특수진화대도 끊임없이 현장을 돌며 혹시 모를 상황이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자체는 주민 지원 등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산청군은 31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산불 피해 복구 대책 보고회’를 개최했다. 산청군은 범정부 산불 피해자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해 경남합동지원센터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각 실무반을 현장에 투입해 지원 접수와 애로 사항을 확인해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 또한, 생활 안정을 위해 구호금, 생계비, 주거비, 구호비, 교육비, 소상공인, 복구비 등을 지원한다.
구호금과 생계비는 사망, 실종, 부상에 따라 차등 지급하며, 주거비는 주택 전파, 반파, 세입자 보조 등으로 나눠 지원한다. 주택 피해 가구는 임시 조립주택을 통해 임시 주거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주거용 건축물과 농업과 임업 피해 시설에 대해서는 복구비를 지원하며, 주요 농축특산물과 임산물은 피해 조사 후 지원·복구에 나선다.
한편,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실국 본부장 회의를 열고 정부를 상대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 지사는 먼저 이번 산불 대응에서 야간 진화의 어려움이 반복된 만큼 드론이나 열화상 장비 등 첨단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남도가 운용하고 있는 헬기 7대로는 적절한 대응이 힘들다며 시군 단위 헬기 추가 임차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실화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과 제도적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지사는 “이번 경험을 매뉴얼로 체계화해 재난 발생 시 초동 대응 단계부터 흔들림 없이 작동하도록 체계를 정비하라”면서 “노후 장비는 신속히 교체하고, 진화대원의 장비·교육·처우 등도 전반적으로 검토해 인명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