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찾기 어렵네…” 사상구 최초 구립목욕탕 문 닫을 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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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동 학마을목욕탕 위탁 사업자
사업성 악화로 이달까지만 운영
4번 공개 입찰에도 지원자 없어
구청, 조례 개정해 대안 마련 고심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학마을목욕탕. 부산일보DB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학마을목욕탕. 부산일보DB

공공요금 인상으로 부산 사상구의 구립 목욕탕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기존 사업자는 이달까지만 목욕탕 운영을 맡겠다고 선언했지만, 새로운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립 목욕탕이 문을 닫으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에게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31일 부산 사상구청에 따르면, 학장동 ‘학마을목욕탕’ 위탁 사업자 A 씨는 이달까지만 목욕탕을 영업한다. 지난해 12월 A 씨는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영업 포기 의사를 구청에 전했다.

사상구청은 위탁 사업자를 구하고자 지난 1월부터 공개 입찰을 실시했다. 최초 입찰 금액은 5749만 원이었다. 그러나 지원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지난달 4차 공개 입찰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유찰됐다. 입찰 금액은 4600만 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사상구의 첫 구립목욕탕인 학마을목욕탕은 2022년 1월 지상 2층 규모로 완공됐다. 부산도시공사 15억, 시비 10억, 구비 1억 등 약 26억 원 예산이 투입됐다. 학마을목욕탕이 있는 구덕터널 인근엔 목욕탕이 하나도 없어 주민들은 서구 등으로 ‘원정 목욕’을 해야 했다. 학마을목욕탕은 영업을 개시한 직후인 2022년 9월 목욕탕 내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영업이 중단됐다. 이후 목욕탕은 이듬해 4월 재개장했다.

현장에서는 구립 목욕탕이 영리가 아닌 복지에 뿌리를 두고 있어 애초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신규 사업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부산 지역 성인 1명의 목욕 요금은 평균 8214원이다. 반면 같은 달 기준 학마을목욕탕 성인 요금은 7000원으로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목욕탕 이용자 80% 정도가 국가유공자, 고령자 등 이용료 감면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구립 목욕탕인 금정구의 선두구동 목욕탕과 중구의 대청행복탕도 각각 4000원, 6000원으로 요금이 낮은 편이다. 구립 목욕탕은 목욕 요금이 조례로 정해져 있어, 사업자가 마음대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

수익은 한정적이지만 운영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률은 20.2%에 달했다. 이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목욕탕 운영에 필수인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이 급등하면서 고정 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사상구청은 지난 2월을 마지막으로 추가 공개 입찰 계획을 잡고 있지 않다. 유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달까지 신규 사업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에 사상구청은 ‘부산광역시 사상구 학마을목욕탕 설치 및 운영 조례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공개 입찰로 위탁 사업자를 모집해야 하는 현행 조례안에 특정 사업자를 선정, 수의계약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민간 사업자 대신 관변단체 등에 운영을 맡기기 위해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다.

사상구청은 조례 개정 추진과 별도로 목욕탕을 운영할 만한 단체도 물색하고 있다. 만약 조례 개정이 늦어지면 운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사상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조례가 개정되는 대로 목욕탕 운영을 담당하는 단체와 계약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는 미리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주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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