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김지운 감독, BIFF 영화학교 교장 됐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샤넬과 함께 개설하는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올해 교수진이 확정됐다. 교장에는 김지운 감독이 위촉됐고, 매티 도 감독과 박정훈 촬영감독이 각각 연출 멘토와 촬영 멘토를 맡는다.교장 김지운 감독은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부터 시작해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3) 등 화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칸, 토론토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악마를 보았다’(2010)로 국내외 영화제 수상 경력을 추가한 김 감독은 근작인 ‘거미집’(2023)으로 칸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현재 ‘홀(The Hole)’을 제작 중이다.연출 멘토 매티 도 감독은 라오스가 자랑하는 여성 감독이다. 데뷔작 ‘찬탈리’(2013)로 세계의 이목을 끌며 등장한 그녀는 ‘디어리스트 시스터’(2016)로 라오스 최초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출품됐다. 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긴 산책’(2019)은 베니스국제영화제와 BIFF에 초청된 데 이어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새로운시선 감독상을 수상했다.촬영 멘토 박정훈 촬영감독은 ‘취화선’(2002)으로 촬영 분야에 입문한 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2), ‘설행_눈길을 걷다’(2015) 등 작가주의 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악녀’(2017)로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받았으며, 부일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이후 ‘허스토리’(2017), ‘도어락’(2018), ‘프랑스 여자’(2019), ‘소리도 없이’(2019) 등의 작품을 촬영했다. 2020년과 2024년 BIFF CGK 촬영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아시아 영화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2005년 출범한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는 올해 역대 최다인 40개국 625명이 지원했다. 최종 선발된 24명은 30회 BIFF 개막 열흘 전인 9월 7일부터 9월 26일까지 전문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수료하며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제작된 영화 8편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다.
스마트팜, 거제해맞이역·천마산전망대에도
‘스마트팜(Smart Farm)’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 또는 자동으로 최적의 상태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한국에 스마트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된 것은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청년 농업인 유입을 위해 스마트팜 교육 및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지원하고, 2029년까지 전국 온실의 35%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시설원예 농가 면적 5만 5000ha 중 스마트온실 장비와 시설을 도입한 면적은 7716ha로 14% 수준이다. 국내 스마트팜 도입률은 최근 몇년 새 크게 증가했지만 아직은 전체 농가 면적 대비 1%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에서는 농업 지역이 많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수직형 스마트팜,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등 도시형 스마트팜 형태로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 재생 사업과 스마트팜을 연계해 추진되기도 한다. 동해선 거제해맞이역 1층에는 국내 최초로 철도역에 설치된 수직형 스마트팜인 레일팜이 들어섰다. 그 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대합실에 2호점을 열었다. 이들 스마트팜은 부산지역 9개 공공기관(기술보증기금, 부산도시공사, 부산항만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남부발전,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이 조성한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 기금(BEF)’ 지원을 받았다. 부산 사하구 천마산전망대에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천해마루 스마트팜’이 부산지역 최대 규모로 들어섰다. 연면적 450.95㎡에 500평 정도인 재배 면적에서 천마마을 주민들이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천마마을은 2018년 8월 국토교통부 뉴딜시범 공모사업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됐고, 부산테크노파크가 2020년 9월 지역맞춤형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3년 5개월간 17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팜 플랫폼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바닷가 냉동 컨테이너서 농사 짓고 관광까지?!
“이런 곳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도시농사꾼’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주소가 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별빛공원을 가리킨다. 용호별빛공원? 2019년에 러시아 선박이 광안대교를 들이받고 도주하다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선장이 음주 운전을 했다. 그 뒤 부두 운영이 중단되고 남구가 용호부두 재개발 전까지 관리권을 위임받아 조성한 곳이 용호별빛공원이다. 2018년에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도시농사꾼’은 광안대교가 훤히 보이는 바닷가에 컨테이너 건물 16동으로 길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동안 봐왔던,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농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여기서 어업이 아니라, 농업을 한다고?” 도시농사꾼은 체험관광 회사 ‘딜라잇비’까지 두고 있지만, 해상운송용 ISO 냉동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스마트팜 플랫폼 ‘큐브팜’ 제작과 스마트팜 운영이 본업이다. 일반 컨테이너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냉동 컨테이너는 온도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운송하는 데 이용된다. 그래서 일반 컨테이너와는 달리 내부 온도를 -25°C에서 25°C까지 조절하는 냉각 시스템과 습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 컨테이너 안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생각만 바꾸면 다른 데 가서 이만큼 훌륭한 농업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도시농사꾼은 푸드 스타일리스트였던 전정욱 대표와 기술 부문을 책임진 남편 현영섭 CTO가 호흡을 맞춰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전 대표가 어느 날 낯선 표고버섯을 맛본 게 발단이었다. 분명히 표고버섯인데 자연산 송이버섯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뜻밖에도 스마트팜에서 재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송이버섯은 양식이 되지 않는다. 송이버섯 향이 강한 표고버섯은 머리에 깊게 각인되었다. 냉동 컨테이너를 활용해 농사를 짓자는 생각은 ‘30년 냉동 컨테이너 인생’ 현 씨에게서 나왔다. 충남 공주 출신의 현 씨는 어려서부터 지켜본 농사일이 아주 징글징글했다. 부산에 와서 해양대 기관공학과를 졸업하고 배를 탄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다. 상선에서 컨테이너를 주로 담당했던 그는 30대에 배에서 내린 후에는 냉동 컨테이너 관련 사업을 했다. 현 씨는 회사 직원들이 퇴직하고 나서 복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냉동 컨테이너를 농사에 접목할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용호동 바닷가에서 냉동 컨테이너에 농사를 짓다 보니 ‘농사와 바다’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진단다. 전 대표의 안내로 해상 운송에 사용하던 냉동 컨테이너 속으로 들어갔다. 스테인레스 재질의 냉동 컨테이너는 오래됐지만 녹슨 데가 어디 한 구석도 없었다. 한여름 땡볕에 있다 ‘냉동고’ 속에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없다 싶었다. 첫 번째 컨테이너에서는 로메인 같은 유럽 상추 등 엽채류를 키우고 있었다. 부산시장애인일자리통합센터와 협약을 맺어 장애인이 직접 씨앗을 심어 보고, 수확도 하는 체험 교육장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 컨테이너에서는 저온성 표고버섯 ‘은화고’를 재배 중이었다. 은화고는 고온에서 자라는 일반 표고버섯과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 저온으로 자라 대가 굵다. 송이버섯처럼 은은한 향이 나고 육질이 단단해 고기와 비슷한 맛이 나는 점이 특징이다. 게다가 20일이면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빨리 자란다. 단열이 좋은 냉동 컨테이너에서 키워 수익을 내기에 최적의 작물인 셈이다. 토마토와 딸기는 물론이고 키우기 힘든 묘삼(苗蔘)을 비롯해 화훼 쪽으로는 장미나 ‘아나벨’ 같은 수국 등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새로운 작물 개발이 도시농사꾼의 당면 과제인 것 같다. 초록 초록한 냉동 컨테이너 속에 오래 있다 보니 한여름인데도 추워지기 시작했다. 냉동 컨테이너 내부는 여름에는 너무 시원하고, 겨울에는 외부에 비해 상당히 따뜻하다. 온도 제어는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 한 달에 2주만 일하면 된다니, 농사를 한번이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너무 편해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가끔 젊은층에선 “스마트폰이 농사 다 지어준다고 해놓고 왜 말이 다르냐”는 철없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도시농사꾼은 의도치 않게 B2C(기업이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보다 B2B(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나 B2G(기업과 정부 간의 거래)가 많아지게 되었다고 했다. 경성대 새싹삼 연구단지, 부산과학기술대 실습단지,전북 고창 상하목장, 울산 테크노파크 스마트팜 단지, 동아대 생명자연과학대, 동원과학기술대 등에 큐브팜이 들어가 있다. 지난해에는 폴란드 푸드뱅크와 수출 협약을 맺고, 지난 2월에 큐브팜을 첫 수출했다. 유럽 국가인 폴란드로의 첫 수출은 도시농사꾼 큐브팜의 가격 경쟁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스마트팜 및 빌딩 자동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네덜란드 ‘프리바(PRIVA)’에 비해 초기 설치비가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도시농사꾼의 40피트 냉동 컨테이너 판매 단가는 자동화 설비를 모두 포함해서 한 동당 5000만 원으로, 프리바의 3분의 1 수준이다. IT기술이 발달했고, 수출로 밥먹고 살지만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의 특성 덕분이다. 냉동 컨테이너 농사는 전기료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고 양액 재배로 수돗물 사용량도 적다. 전기료에 물값까지 포함해도 한 달에 드는 비용은 10만~15만 원 선이다. 도시농사꾼이 키웠거나 수매한 은화고는 서원유통의 탑마트와 홈쇼핑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도시 관광의 가능성이다. 도시농사꾼의 체험관광 회사 ‘딜라잇비’가 운영하는 체험 관광 코스는 내년까지 예약이 차 있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플러깅을 한 뒤 도시농사꾼에 와서 환경 교육을 듣고, 스마트팜에서 체험하고 직접 수확한 것을 들고 올라가 바비큐를 먹는 코스를 사랑한다. 오래된 냉동 컨테이너를 스마트팜으로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업사이클링(버려지는 제품이나 쓰레기에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재탄생)’이고, 요즘 관심 많은 ESG 경영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도시농사꾼은 농업(1차산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2차산업) 및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 서비스(3차산업)와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국내에 스마트팜 보급률이 아직 높지 않은 이유가 스마트팜을 주로 농촌에 설치한 뒤 농촌 체험 관광 식으로 진행되는 까닭이 아니었을까 싶다. 스마트팜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사실 도시에 있는데 말이다. 도시농사꾼은 스마트팜을 농촌이 아니라 도시나 도시 근교에서 농촌 융복합 6차 산업으로 해서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었다. 현영섭 CTO는 “초창기에는 B2C를 시도했지만 어려웠다. 비닐하우스 농사에 비하면 진짜 쉽지만, 사람들이 ‘올인’을 안 하더라. 스마트팜 공급만 하고 끝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남부발전과 훈련 센터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전정욱 대표는 “우리의 꿈은 실버팜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병원 안에서 얼마나 답답하겠나. 스마트팜의 식물을 보면서 치유도 하고, 건강에도 좋은 식재료로 직접 만들어서 먹으면 좋겠다.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그런 시설을 만드는 게 마지막 목표다”라고 말했다. 도시농사꾼은 인천관광공사와 섬마을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인천 앞바다 덕적도에는 관광객이 많이 오지만 즐길 거리가 없는 탓에 바로 나가서 고민이라고 했다. 도시농사꾼은 이 섬에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마을 주민들이 카페도 운영하는 식으로 해서 오래 머물도록 하는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즐길 거리가 없어 고민하는 곳이 어디 인천 덕적도 뿐일까. 냉동 컨테이너 스마트팜은 장점이 많다. 다단 적재를 할 수도 있고, 사정이 생기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혹시 냉동 컨테이너 스마트팜에 관심이 있다면 설비나 소프트웨어가 물론 중요하지만 농업이나 관광까지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뭘 하든 멀티 능력을 요구하는 요즘 세상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해외 매장, 시련은 있어도 계속 도전 중
삼진어묵은 1953년에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업체다.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며 부산 어묵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어묵을 간식 형태로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다. 갓 튀겨낸 따끈한 어묵을 빵처럼 골라 담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어묵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에 수산가공식품부문이 신설된 이래 4년 연속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삼진어묵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 싱가포르에 첫 해외 매장이 생겼을 때는 엄청나게 긴 줄이 화제가 되었고, 기대 이상의 실적도 나왔다. 하지만 임대료, 인건비가 너무 비싸 대중적인 음식인 어묵의 가격도 덩달아 비싸지며 수익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싱가로프 매장은 3년 정도 운영하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며 관리까지 할 수 없게 되면서 문을 닫고 말았다. 삼진어묵은 그 뒤에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순으로 잇달아 해외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홍콩 매장은 코로나19 사태에다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시위까지 크게 일어나면서 문을 닫았다. 필리핀에서는 믿었던 현지 파트너가 대금을 주지 않아 소송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승소했다. 이 같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삼진어묵은 지난해 해외에서 29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현재 해외 매장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에 두고 있다. 다음달에는 호주 2호점이 문을 연다. 박용준 대표는 “100만 불 수출탑과 200만 불 수출탑을 각각 한 번씩 받았고, 그 이상을 계속하고 있다. 어묵의 세계화는 현지인들이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고 습관적으로 사 먹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 매장은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지금도 계속 준비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밀가루에 도전장 낸 생선살 가루 매력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다. 올해 초에 열린 ‘CES 2025’에 삼진어묵이 참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진어묵은 ‘블루미트 파우더’를 해외시장에 최초로 공개했고, 외국인들이 시식용으로 내놓은 어묵 피자를 맛보고는 “어메이징(놀라워)”과 “딜리셔스(맛있어)”를 연달아 외쳤다는 내용이었다. 대체 블루미트 파우더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길래, 어묵 업체가 CES까지 나갔는지 내내 궁금했다. 마침, 삼진어묵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는 새로운 소식도 들려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업체를 3대째 이어가는 박용준 대표를 만나 어묵으로 꾸는 새로운 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블루 미트 파우더’는 무엇인가. 어묵 업체가 왜 이런 걸 만드나. “생선 살을 밀가루처럼 곱게 간 ‘바다 고기 가루’다. 여기다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든 뒤 튀기면 어묵이 된다. 어묵빵이나 어묵 피자, 면, 수제비도 만들 수 있다. 밀가루처럼 보관하기 편하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어묵 베이커리를 해보니 빵은 밀가루로 쉽게 만드는데 우리는 왜 냉동 연육으로 어렵게 반죽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밀가루를 열심히 파 보았다. 밀가루가 보편화되면서 관련 산업이 발전했더라. 저렴한 원료가 대량 생산되면 산업의 형태가 바뀐다는 깨달음이 왔다. 우리도 빵처럼 가루로 어묵을 만들고 싶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런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싶다.” -생선 살인 어육을 어떻게 가루로 만든다는 말인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방법을 알면 어렵지 않다. 동결건조와 열풍건조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어육 온도를 급격히 낮추는 동결건조를 통해 나온 가루를 어묵으로 100% 완벽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아직은 냉동 방식의 동결건조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에 품질은 좋아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열풍건조는 뜨거운 바람으로 수분을 태워서 날리는 방식이다. 수분이 빨리 날아가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지만 영양소가 파괴되는 단점이 있다. 열풍건조는 과자를 만들 때의 밀가루 형태로 보면 된다. 블루미트 파우더는 동결건조 방식을 사용한다. 어묵으로 원형이 완벽하게 복원되는 가루는 어떤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상상하면서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다.” -CES는 전자제품 박람회가 아닌가. 어묵 업체가 참가했다는 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CES는 단순한 전자제품 박람회가 아니다. CES 2025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Food Sustainability(식량 지속가능성)’였다. 농업 기술, 대체 단백질, 푸드 테크(음식 기술)가 크게 주목받았다.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22년 기준 148억 달러(약 19조 원)였다.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4%를 기록하며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 단백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진어묵은 부산 어묵의 푸드 테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참가했다.” - CES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을 것 같다. 현지 반응은 어땠는가. “우리가 있던 존 쓰리(3)에는 컴퓨터 관련 업체만 있었고 식품업체로서는 유일했다. 블루미트 파우더를 우리 부스에 밀가루 포대처럼 쌓아 두었다. 생선 살을 밀가루처럼 곱게 갈아 포대에 담았다는 사실 자체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불러왔다. ‘블루미트 파우더’를 믹서에 물과 함께 넣어서 나온 반죽으로 도우를 빚어 어묵 피자를 만들었다. 외국인 바이어들은 생선을 먹는 혁신적인 방식이라며 놀라워했다. 당장 이걸 가져가서 빵처럼 만들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NASA에서도 우주 식량으로 쓰고 싶다고 관심을 보였다. 대량생산이 이전의 실험 단계라고 답변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밀가루 같은 시장이 되는데 10년은 걸리겠지만 맛보기는 보여준 셈이다.” -블루미트 파우더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인가. “새로운 걸 상상하고 기획하는 R&D 연구소 ‘어메이징 스튜디오’를 몇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테스트도 한다. 내부적으로는 당장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고 욕도 많이 먹는 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어묵 업체 가운데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한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대기업은 어묵만을 힘들게 연구하지는 않는다. 우리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선도 업체가 어묵 업체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정신으로 투자해야 된다.” -‘어메이징 스튜디오’에서 만든 신제품에는 또 어떤 것이 있는가. “지난달에 새로운 베이커리 간식인 어묵빵 13종을 출시해 지금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어묵고로케도 빵으로 만들어 속에다 어묵을 넣었다. 사실 내부에서도 어묵빵을 만들어 얼마나 팔리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성심당 빵만 하더라도 부재료로 소시지가 많이 들어간다. 그 소시지를 어묵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빵에 어묵이 제대로 쓰이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세상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그 시장이 얼마큼 되는지 분석하고 얘기해야 한다는 분도 있어서 맨날 혼나고 있다. 그래도 어메이징 스튜디오에는 길이 좀 험난하고 눈보라가 쳐도 우린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목표치까지 올라가 보자고 이야기한다.” -삼진어묵을 운영하는 삼진식품이 지난달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9월 초에 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묵 베이커리 시장은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어묵 산업은 또다시 사양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싫다. 상장해서 체력이 되면 수산물로 산업의 가능성을 만들고 싶다. 양식해서 횟감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밀가루 대신에 생선을 가루로 만들어서 대체 단백질로 쓰는 것이다. 제분 회사로 출발한 CJ처럼 삼진어묵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루미트 파우더에 대한 특허 신청은 했나. “특허 출원 중이지만 특허는 명목상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2014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우리의 모든 특허는 당신의 것’이라는 글을 통해, 테슬라가 보유한 모든 특허를 누구나 선의로 사용할 경우 특허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지금도 완전히 전기차 시장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때 테슬라 혼자만 했으면 전기차 시장이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인데 어묵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문화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우리만 만든다고 해서 시장이 생기는 게 아니다. 많은 업체가 경쟁하면서 파이를 키우는 게 맞다. 우리가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면 어묵 산업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꿈이 큰 것 같다. 박용준 대표의 꿈은 뭔가. “블루미트 파우더는 밀가루와 비교해 어분이라는 차이뿐이다. 밀가루를 대체하려면 생산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한다. 횟감이 아니라 어묵 가공을 위해서 생선을 양식하면 수산물 가격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수산물은 어묵처럼 가공하는 방식이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것과 양식 수산물의 비율을 잘 맞추는 방식으로 원료를 구해 대량으로 가공하고 더 다양한 맛으로 구현하는 6차 산업을 생각하면 너무나 매력적이고 가능성이 있다. 블루미트 파우더는 오늘날 라면처럼 세계의 주요한 식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에 미쳐서 계속 투자하고 있다. 이 산업이 파이가 커지면 삼진어묵의 기업 가치가 달라지고, 어묵 업체들은 너도나도 다 좋은 상황이 된다. 지금 사랑받는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인 것 같다. 삼진어묵의 CES 2025 참가는 어묵 업체가 전자제품 박람회에 등장했다는 흥미로운 사건 그 이상이었다. 전통 산업이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보여 줬다. 가장 오래된 기업 삼진어묵의 야심찬 도전이 성공해 다른 어묵 업체를 비롯한 지역 경제에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잠깐 읽기] 평균과 욕망 사이… 역설을 품은 집단 ‘중산층’
평균과 욕망 사이, 역설을 품은 집단 ‘중산층’을 조명한 책이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중산층의 경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중산층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하나의 경제 논리로 묶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균등화중위소득이 중간값의 50~150% 사이에 위치한 이들’로 정의할 수 있는데, 어느 사회에서나 구성원의 50~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층이다. 노영우 경제전문기자는 100여 명의 중산층을 직접 만나 그들이 들려준 삶의 이야기와 다양한 경제 이론을 엮어 냈다. 특히 △욕망 △회색 △공정 △지대 △소비 △점유 △상속을 중산층 경제를 이해하는 일곱 가지 키워드로 제시한다. 중산층은 소득과 소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이 큰 집단이다. 희망적 미래 전망을 하는 중산층이 많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회복된다. 그러나 중산층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소비를 줄인다면, 경기 회복의 길은 멀어진다. 즉, 중산층이 살아나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경제의 규칙을 바꾸는 것은 정치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중산층이 시장경제의 규칙을 바꾸고 이것이 실현되도록 감시하기 위해서는 정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산층 정치’가 활성화된다면, 세상을 보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산층 경제학’은 현재 진행 중이다. 노영우 지음/매경출판/288쪽/2만 원.
[잠깐 읽기] 극단주의와 혐오를 몰아낼 대화법
2025년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이 무리에는 10대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다. 청소년층의 극단주의적 사상과 행동은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다. 10~20대 남성 사용자들이 주축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혐오·차별 발언이 이제 낯설지 않다. 서울교육대 권정민 교수는 서부지법 폭동 다음 날 자신의 SNS에 ‘내 아들을 구출해 왔다’라는 글을 올려 청소년 극우화의 현실을 공론화했다. 교육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아들을 잘 키웠다고 자부했는데, 순식간에 자기 아들이 극우 유튜브에 빠졌고 아들 주변 많은 남자아이들이 극우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권 교수의 글을 보고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어떻게 아들을 구출할지 묻는 요청이 쏟아졌다. 이 책은 간절한 문의에 대한 권 교수의 진심 어린 답변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수익 창출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빈번하게 노출하고 아이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혐오 발언이 나와도 관계가 망가질까,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싶어 제지하지 못한다. 저자는 청소년이 극우화되는 과정의 바탕에는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말한다. ‘정답 맞히기 게임’에 불과한 현행 입시 중심 교육에선 생각할 겨를,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아이들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다. 현실적으로 유튜브를 금지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이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필터, 즉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른지, 사실 관계가 맞는지, 논리적 오류는 없는지 등을 아이가 헤아릴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민 지음/창비/124쪽/1만 3000원.
[이 주의 새 책] 바다가 삼킨 세계사 外
■바다가 삼킨 세계사 45년 이상 바다와 연구실을 오간 세계 최고의 수중고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기빈스는 각 시대를 풍미한 12척의 난파선으로 3500년의 세계사를 집대성했다. 그는 16세에 이미 호수에 가라앉은 한 난파선에서 병을 발견해 고고학적 성취를 이뤄 냈고, 미지의 장소를 향한 탐사에 매료되었다.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이승훈 옮김/다산초당/516쪽/2만 5000원. ■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 세대를 달리한 두 작가는 어른에 대한 다른 두 시각을 담담하게 펼쳐냄으로 어른으로 살아가는데 우리가 겪는 성장통에서부터 성숙한 자세까지, 이 시대에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때로는 삶의 나침반을, 때로는 삶의 진통제를 제시한다. 나인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는 편안한 휴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이근후·나인 지음/자유로운상상/328쪽/1만 9800원.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법은 시민을 법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듦으로써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스스로를 통치하는 체제다. 그러나 법과 제도, 그리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가려 우리는 늘 그 사실을 망각한다. 우리 사회를 통치하는 진짜 주인은 시민이다. 법에 지나치게 의존해 그 사실을 잊는다. 신디 L. 스캐치 지음·김내훈 옮김/위즈덤하우스/300쪽/1만 9500원. ■사랑하게 된 거야, 너를 취업과 독립을 앞두고 안내견학교에서 처음 만난 강산이는 늠름한 자태와 남다른 덩치, 멋진 털을 가진 친구였다. 두 존재가 함께 웃고 울며 마음을 나누던, 무수한 추억의 시간을 담은 편지글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겪은 주변의 시선을 담담하게 고백하며, 무엇보다 선생님의 코와 귀에 새겨진 고유한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김성은 지음/청과수풀/276쪽/1만 7500원. ■세계 명화 잡학사전 통조림 89그루의 명화 이야기라는 나무로 이루어진 ‘숲’이자 89가지 기상천외하고, 은밀하고, 흥미진진한 명화 이야기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통조림’이다. 세계 명화도 ‘통·조·림’ 방식으로 읽으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위대한 화가들은 그림에 무얼 숨겼을까. 드림프로젝트 글·김수경 옮김·이강훈 그림/사람과나무사이/558쪽/2만 8000원. ■내 옷장의 노래 전통 서정의 온기 위에 모더니즘적 파편미를 겹겹이 쌓아 올린 총 71편의 시. 한국전쟁의 상흔과 미국 이주, 학자로서의 사색적 여정을 바탕으로, “구름이 낙태한 빙하 쪼가리들”이나 “손가락 없는 돌고래의 손에서 노는 장난감”과 같은 충격적 이미지가 낯설면서도 생생한 언어유희로 되살아난다. 81세 시인의 첫 책이다.이매자 지음/문학세계사/192쪽/1만 2000원.
일본서 ‘괴물’ 제친 영화, ‘부일시네마’에서 만나요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오는 29일 열다섯 번째 상영회를 개최한다. 부일시네마는 전문가가 엄선한 숨은 명작을 매달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행사다. 시즌2 세 번째 작품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오키쿠와 세계’(2024)이다. ‘오키쿠와 세계’는 19세기 일본 에도 시대(1603~1868)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일본 정통 영화잡지 ‘키네마준보’에서 지난해 일본 영화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치고 1위로 꼽은 작품이다. 사카모토 준지는 일본 영화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1973년 도쿄에서 발생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 ‘KT’(2002)로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받은 바 있다. 그의 서른 번째 작품인 ‘오키쿠와 세계’는 하층민의 삶을 다룬 시대극으로, 총 9개 장으로 구성됐다. 빈민가에 사는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쿠로키 하루), 공동주택을 돌며 세입자들의 인분을 사고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 야스케(이케마쓰 소스케)와 츄지(간 이치로)가 주인공이다. 세 청춘의 로맨스는 여느 드라마와는 결이 다르다. 특히 분뇨라는 소재가 로맨스와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수줍게 사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며 진정한 순수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극 중 분뇨는 순환을 상징한다. 농업 사회에서 분뇨는 비료로 쓰이는 소중한 자원이다. 비료 덕에 비옥해진 땅에서 농작물이 나고, 사람이 먹은 농작물은 다시 분뇨가 된다. 이러한 자생과 순환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속 가능한 미래와 순환 경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애초 ‘오키쿠와 세계’는 일본 영화계와 자연과학 연구진이 손잡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영화에 담아내는 ‘좋은 날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영화 속 실제 배설물을 묘사하는 장면은 관객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흑백으로 연출한 덕에 거부감이 심히 들지는 않는다. 사카모토 감독은 “사람들이 천시하는 분뇨 업자들이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유를 갈구하는 이야기여서 분뇨를 정면으로 다뤘다”고 밝혔다. 영화는 에도 시대 당시로선 신조어였던 ‘세계’라는 표현에도 주목한다. 사카모토 감독은 지난해 내한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만든 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다”며 “전 세계가 공동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세계란 말을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키쿠와 세계’는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세 주인공의 순진무구한 사랑이 관람 포인트다. 절에서 글을 가르치는 오키쿠는 어느 날 결투에 휘말려 아버지와 목소리를 잃고, 야스케와 츄지는 글을 쓸 줄 모른다. 이러한 결점과 계층마저 초월한 사랑은 지극히 애절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오키쿠 역을 맡은 구로키 하루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2024년 영화잡지 ‘씨네21’에 박평식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풍자와 해학이 질퍼덕질퍼덕”이라는 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7점을 부여했다. 한편 부일시네마에서 영화 상영이 끝나면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된다. 부일시네마 상영회는 오는 29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응모하면 매달 50명을 추첨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7월 이벤트 응모기간은 오는 22일까지이며, 당첨자는 23일 추첨으로 발표된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일시네마 시즌2는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딸에 대하여’(2024) △‘새벽의 모든’(2024) △‘낙엽귀근’(2020)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 △‘행복한 라짜로’(2019) △‘크레센도’(2023) △‘타인의 삶’(2007) △‘너와 나’(2023) △‘퍼펙트 데이즈’(2024)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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