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6곳, 지난해 고졸 채용 ‘0’
조례상 고졸 채용율 5% 이상 권고
21곳 중 절반 넘는 12곳 기준 미달
부산 평균 5.9%로 전국 시도 7위
“공공기관 평가서 관련 배점 높여야”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21곳 중 6곳이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자를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조례로 신규채용 인원의 5% 이상을 고졸자로 채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기관이 절반이 넘는 12곳에 달했다. 이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고졸 채용 실적을 적극 반영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17일 정부 공공기관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은 정보공개청구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각 기관의 고졸 채용 인원과 비율(정규직·기관제 포함)을 조사했다. 교육의봄은 학벌에 의존하지 않는 공정한 채용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20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부산도시공사, 벡스코, 부산연구원,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부산디자인진흥원, 부산사회서비스원 등 6곳은 고졸자를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다만 부산글로벌도시재단과 부산사회서비스원은 전체 채용 인원 자체가 각각 4명, 13명으로 적었다.
부산은 조례상 공공기관이 신규채용을 할 때 5% 이상 고졸자를 채용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이를 미달한 기관도 절반이 넘었다. 앞선 6곳을 포함해 부산환경공단(0.8%), 부산테크노파크(1.6%), 부산문화재단(2.5%),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3.6%), 부산교통공사(3.6%), 부산신용보증재단(4.3%) 등 총 12곳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반면 고졸 채용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부산문화회관(17.9%)이었고, 채용 인원 기준으로는 부산시설공단이 177명 중 27명(15.3%)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의 공공기관 고졸 채용 비율은 평균 5.9%로, 자체 조례상 기준은 충족했지만 전국 평균인 8.65%에는 못 미쳤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4.1%로 가장 높았고, 전북(12.9%), 강원(10.8%), 제주(10%), 전남(8.4%), 광주(8.2%)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부산은 이들 지역보다 낮은 수치로 전체 7위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도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비율은 상당히 저조했다. 교육의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정규직을 신규 채용한 전국 공공기관 334곳 가운데 211곳(63.2%)이 고졸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 중 고졸 인력 채용 부분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고졸 비중이 8%를 넘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한 기관은 80곳(23.9%)에 불과했다.
이에 교육 단체는 고졸 채용 확대를 위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0년대 초반부터 공공기관 고졸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도입하고, 지자체 또한 조례를 앞다퉈 제정·시행하고 있지만 오늘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교육의봄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고졸 채용 항목의 배점을 높이고, 현재 8%인 만점 비율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지자체는 고졸 고용촉진 조례 취지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고졸자 우선 채용 비율을 권고가 아닌 의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