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멧돼지 점점 느는데 총기 포획 제한? 금정산국립공원의 딜레마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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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안에선 원칙적 금지
긴급 상황 시 신속 대응 한계
지난해 출몰 203건, 40% 늘어
기후부 "전담반, 체계적 관리"

지난해 12월 금정구에서 출몰한 멧돼지 포획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해 12월 금정구에서 출몰한 멧돼지 포획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금정산국립공원 일대 멧돼지 출몰이 늘고 있지만, 국립공원 지정으로 총기 포획이 금지되어 등산객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다. ‘1호 도심 국립공원’으로 주민들의 생활 터전과 근접한 금정산국립공원이 풀어야 할 또 다른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정구 등 금정산국립공원 권역 6개 구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 멧돼지 출몰 신고는 203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44건보다 약 40% 늘었다. 멧돼지 출몰에 따른 안전 안내 문자 발송 횟수도 같은 기간 14회에서 76회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부산 지역 멧돼지 포획량은 2023년 803마리에서 지난해 420마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산의 멧돼지 포획 여건은 최근 2년 사이 잇따라 바뀌었다. 부산은 2024년 1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야생 멧돼지가 확인된 뒤 사냥개를 동원한 포획과 사전 총기 포획이 불가능해졌다. 멧돼지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이동할 경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해 말 ASF 관리 체계를 3단계로 정비하면서 총기 사용 제한은 풀렸다.

하지만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는 금정산 일대가 지난달 3일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별도 제한을 받게 됐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안에서는 야생동물 포획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의 경우 포획이 필요하면 지자체가 국립공원공단에 허가를 요청한 뒤 포획에 나선다. 민가 인접 지역이나 등산로 주변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부산에서는 멧돼지가 시내로 들어오는 사례는 최근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정구 청룡동 한 아파트에서 120kg에 달하는 멧돼지가 출몰해 80대 주민이 중상을 입고 60대 경비원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금정산은 기존에도 등산객이 꾸준히 찾는 데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광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멧돼지 번식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정구의회는 피해 보상과 예방 지원을 제도화하는 조례 제정까지 나섰다. 조례안은 야생동물로 인한 인명·농작물 피해 보상 절차와 유해야생동물 포획단 구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총기나 사냥개로 멧돼지를 사전 포획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 사례처럼 도심에 출몰한 동물에 대한 대응을 두고 포획과 보호 사이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금정산 생태계 보전도 함께 고려해야 해 무차별적 포획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부는 다음 달 중 금정산국립공원에 질병 대응 전담반 또는 질병 감시반을 꾸려 멧돼지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담반은 포획틀 운영, 폐사체 수색, 현장 순찰 등을 맡는다. 또 환경부는 부산시에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열화상 드론 영상 18회, 먹이 유인제 90개를 지원했다. 추가 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기후부 자연생태정책과 관계자는 “전담팀이 만들어지면 더 체계적인 관리가 진행될 것”이라며 “꼭 총기와 사냥개를 활용해 포획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센서와 카메라 추가 설치로 서식 지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사전 관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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