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생님이 때려서 가기 싫어요” 국공립어린이집 학대 의혹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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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팔 폭행 장면 CCTV 확인”
부산 금정구에서 학부모 신고
“덮어달라” 사건 은폐 의혹도
경찰·금정구, 사실 확인 나서

지난달 25일 오후 부산 한 국공립 어린이집 CCTV에 찍힌 보육교사 A 씨가 손으로 5세 원아 B 양의 팔을 때리는 모습. 학부모 제공 지난달 25일 오후 부산 한 국공립 어린이집 CCTV에 찍힌 보육교사 A 씨가 손으로 5세 원아 B 양의 팔을 때리는 모습. 학부모 제공

부산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아를 수차례 때리고 폭언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지자체가 조사에 나섰다. 어린이집 측은 훈육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학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일 부산 금정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아를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는 5세 원아 B 양을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수차례 때리고 폭언했다는 혐의(아동학대)를 받고 있다. A 씨는 B 양의 담임 교사였다.

B 양의 부모는 A 씨가 이 어린이집에서 B 양의 손과 팔 등을 손으로 수차례 때리는 장면을 어린이집 CCTV에서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B 양 부모는 지난달부터 B 양으로부터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이 소리 지르고 실수를 하면 때린다” “선생님이 때려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부모는 이 어린이집 원장 C 씨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 B 양의 부모는 “원장이 처음에는 CCTV 조회를 거부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그제야 보여줬다”며 “영상을 확인하자 원장은 ‘이런 일 자체를 몰랐고 이번 일을 덮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어린이집에서 퇴사했다. B 양 부모 측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8일 CCTV 조회 직후 B 양 부모에게 사과했고, 최근에도 문자 메시지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다만 자신이 B 양에게 학대로 의심되는 행위를 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지난 23일부터 실제 학대 여부, 원장의 상황 인지와 사건 은폐 시도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어린이집에 수차례 문의했다. 하지만 원장 C 씨는 연수와 견학 일정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워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직접 들을 수 없었다. 어린이집 측은 지난 24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안은) A 교사가 다른 친구들에게 잘못한 B 양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원생에 대한 신체·정서적 학대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고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분석해 범죄 사실, 추가 범행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사건을 입건해 A 씨와 C 원장 등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정구청도 지난 10일 현장을 찾아 CCTV를 조회했고, A 씨와 B 양 등 당사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부산에서는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부산 지역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0건이다. 이 가운데 수사 결과 실제 아동학대로 판정된 경우는 16건이다. 금정구에서는 2024년 9월에도 또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 교사가 당시 2세 원아를 교구로 내리치거나, 꼬집는 등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보육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2월에도 수영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가 원생을 할퀴어 상처를 입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구청이 조사에 나섰다.

부산시와 각 지자체는 어린이집 종사자와 부모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지도법 사례, 영유아 아동 권리 등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연구원 이예진 연구위원은 “학대와 정당한 훈육을 일선 현장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과 처벌 강화 위주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 등 환경적 요인까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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