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갈 선사 내달 결정… 해수부 “화물 수요 파악”
9월 시범운항 참여 선사 공모
기본 경비 인센티브 등 40억 지원
경제성·화물 확보 등 최대 관건
사업성·비즈니스 모델 검증 기회
정부가 오는 9월을 목표로 추진하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할 선사 공개 모집에 나섰다. 사진은 북극해를 항해 중인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KIOST 제공
오는 9월로 예정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할 선사가 다음 달 15일 최종 결정된다. 차세대 물류 대안이 될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의 관건은 새로운 항로 개척에 뒤따르는 높은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경제성’과 ‘화물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27일 부산항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싣고 이동하는 북극항로 시범운항 참여 선사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투입 선박은 30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신청 접수는 다음 달 11일까지다. 13일 선사가 결정되고 15일께 최종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현재의 홍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할 때보다 항로(약 2만km) 대비 운항 거리가 1만 3000km로 줄어든다. 운항 기간 역시 기존의 30일에서 20일로 약 10일가량 단축된다.
한시적으로 항로가 열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홍해에 출몰하는 후티 반군 등 해적에 대한 위험성이 거의 없어 중동 사태 등 외부 변수에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5차례에 걸쳐 벌크선이 ‘부산~러시아 야말반도’ 구간을 운항한 사례는 있으나, 컨테이너선 운항은 이번이 첫 시도다.
해수부가 구성하고 해진공과 해운협회가 주관해 지난 1월부터 가동 중인 민관협의회는 북극항로에 대한 첫 상업 운항 시도인 만큼 선사의 부담을 줄이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총 4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내걸었다.
지원금은 해운협회 기금을 통해 마련됐으며, 이 중 30억 원은 항로 개척에 따른 기본 경비와 손실 보상 차원으로, 한국과 유럽 간 운항을 완료한 경우 지급된다. 나머지 10억 원은 화물 유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로, 선사는 왕복 화물 운송량이 2000TEU 이상이면 10억 원, 1000TEU 이상 2000TEU 미만이면 5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물건 운송을 의뢰하는 화주에게도 1TEU 당 10만 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되며, 선사가 내빙선을 건조하거나 중고선을 매입할 때 발생하는 대출 이자를 최대 1%까지 감면해준다. 또한 입출항료, 정박료, 접안료 등 국내 항만시설 사용료도 전액 면제된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사가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해운업계는 각종 지원책을 고려하더라도 선사 입장에서 새로운 항로 개척이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극 얼음이 녹는 7~10월에만 항로가 열리기 때문에 당장은 부정기적으로 운항해야 하는 특성상, 정기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화물 확보 안정성 등의 문제로 선뜻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국내에 내빙 등급을 보유한 컨테이너선이 없기 때문에 유럽 등에서 적절한 선박을 빌려야 하고, 극지 운항 경험이 있는 선원을 다수 확보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당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해 북극항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려는 선사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극항로 민관협의회를 통해 포스코, 석유공사 등 화주사와 글로비스, 팬오션 등 해운사가 꾸준히 간담회를 가지는 등 소통해왔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현대해상,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등 유관기관과 전문 보험사들도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최근 급등한 해상 운임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측은 이미 1000TEU가량의 북극항로 화물 수요를 파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재헌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지난해 말 부산~로테르담 운임이 1TEU당 약 1800달러였으나 현재는 30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며 “따라서 3000TEU급 선박을 투입해 갈 때 80%, 올 때 20% 수준만 채우더라도 운항 비용을 크게 상회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일반 우체국 택배 대신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운임이 다소 비싸지더라도 기존 항로 대비 짧고 빠르게 운송되길 원하는 화주들이 주요 이용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