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S부문만 차단한 삼성전자 초강수…감시 막겠다며 통제 키웠다
근태조회 ‘전면 차단’
집회 참여 종용·공개 비방 논란 원인
노사갈등 격화 분위기
노조, 다음 달 이재용 회장 자택 앞 집회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 참여·공개 비방 등 노조의 이른바 ‘감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초강수가 되레 노사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정보 악용 차단 취지에는 직원들 역시 공감대가 있지만, 전면 차단 방식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조치가 DX(모바일·가전) 부문은 제외되고 DS(반도체) 부문에만 적용된 점을 두고 내부에서는 ‘표적성 통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정오부터 사내 ‘부서원 근태조회’ 기능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 일부 직원이 해당 기능을 활용해 쟁의행위 관련 근태 미입력 직원들의 이력을 확인한 이후 집회 참가를 종용하거나 사내외 게시판에서 관련 정보를 근거로 특정 직원을 공개적으로 비방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내부 공지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부서원 근태조회 기능의 부작용을 해소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28일 낮 12시부터 해당 기능을 중단하고 기존 시스템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지난 23일 쟁의행위 당시 근태 미입력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태 입력 및 집회 참여를 종용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를 근거로 불특정 다수를 비방하거나 부서별 쟁의행위 참여 현황을 확인하는 글이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쟁의행위 당시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4만 명이 참석했는데 이는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약 7만 명)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규모다. 사측의 설명은 일부 직원이 쟁의행위 당시 근태 상황을 체크하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을 특정해서 공개적으로 비방하고 집회 참여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강경 조치를 두고 내부 반응이 엇갈린다. 문제 소지가 있는 활용을 막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사례를 이유로 ‘협업 목적’의 시스템 기능 자체를 봉쇄한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DS에만 적용되고 DX는 제외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는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무단 수집 사건과 맞물려 더 큰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동반복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대량 조회·전달한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데 이어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 의혹 사건도 이미 경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연이은 사건 속에서 회사가 정보 접근 권한 제한이라는 강경 조치까지 꺼내들면서 노사 갈등이 보안·인사 시스템 운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화보다 통제 강화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사측 기류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현재의 파국적 관계의 원인으로 이재용 회장을 지목하고 총파업을 실시하는 다음 달 21일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신고한 이후 사측의 태도가 한층 강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태 조회 차단은 단순 시스템 운영 변경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시와 줄세우기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내부시스템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감시를 막겠다며 통제를 키웠다’는 역설적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사측의 조치 이후 노조의 대응이 향후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보 악용 문제는 분명 바로잡아야 하지만 시스템 자체를 닫는 방식은 노사 갈등 관리보다 통제 강화로 읽힐 수 있다”며 “이번 조치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일시적인 진화책인지 아니면 노사관계에 있어서 구조적 통제 강화의 신호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