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박쥐 국적’ 논란 쿠팡, 유리할 때만 한국 기업?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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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경제부 기자

이솝 우화 속 박쥐는 날짐승과 들짐승 사이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을 바꾸며 연명한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다르지 않다.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하던 쿠팡이 규제와 책임의 칼날 앞에서는 ‘미국 기업’으로 둔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쿠팡은 미국에 SOS를 보냈다. 미 연방 상원의 로비 공개법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로비 자금으로 109만 달러(약 16억 원)를 썼다. 로비 대상은 미국 상·하원 등 의회를 비롯해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등 정부 기관이다.

로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미국 공화당 연구위원회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최근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앞서 미국 연방 하원은 한국 정부의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인지 들여다보는 청문회까지 열었다. 이들의 주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쿠팡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쿠팡이 로비를 통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7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2019년 7월 17일, 쿠팡은 자신들의 뉴스룸에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공식 해명에 나선 것이다.

쿠팡 측은 당시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라며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근거 없는 비난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쿠팡은 어느 나라 기업일까. 쿠팡 Inc는 홈페이지를 통해 “쿠팡은 글로벌 커머스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국 기술기업이자 포춘 150대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사회적 책임이다. 쿠팡이 한국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필요할 때만 한국 기업이고, 불리할 때 미국 기업으로 바뀌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한국 소비자는 머지않아 등을 돌릴 것이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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