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성사된 북갑…하·한·박 ‘3인 3색’ 승리 관건은
정치 무경험자 하정우 전재수 승리 공식 따라갈 정치력 주목
한동훈, 화제성 높지만 단일화 구심력 발휘 위한 지지율 상승 과제
박민식, 당 ‘무공천’ 기류 극복 급선무, 지역구 떠난 데 대한 반감 해소도 숙제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바라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 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부산 구포초에서 열린 동문운동회에 참석해 있다.부산일보DB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28일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에 이어 하 수석의 가세로 북갑 보선은 여야의 6·3 지방선거 승패를 가르는 전략지역으로 떠올랐다. 최근 실시된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의 여론조사(24~25일)에서 세 주자의 지지율은 하 수석 35.5%, 한 전 대표 28.5%, 박 전 장관 26.0%로 나타났다. 어느 누가 압도적이라고 하기엔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남은 30여 일 동안 세 주자가 자신의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갈릴 것으로 내다본다.
선거 조건으로만 보면 하 수석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 국정지지율 50% 이상을 유지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눈에 띄게 아끼는 측근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총력 지원을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하 수석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낸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역시 ‘러닝 메이트’ 수준의 지원전에 나설 전망이다. 북구에서 3선을 한 전 의원의 지역 장악력은 정평이 나있다.
반대로 해석하자면 하 수석이 넘어야 할 벽이 그 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 의원이 22대 총선 당시 52%를 득표하며 부산 민주당 후보 중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동력은 지역 구민들 누구에게나 ‘형님’, ‘동생’하고 다가가는 탁월한 스킨십과 소통 능력 등 개인 경쟁력이 주효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하 수석에게도 주어진 조건 이상의 개인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부산의 한 여권 인사는 “하 수석이 정치 경험은 없지만, 그렇다고 AI만 파고든 ‘샌님’은 전혀 아니다. 정치인 자질이 있다”면서도 “북갑에서 승리하려면 전통 지지층에 더해 중도 세력까지 최대치로 끌어와야 하는데, ‘전재수와는 좀 다르네’하는 외지인 이미지가 박히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화제성 면에서는 이미 대선주자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개인 유튜브 방송 조회수가 웬만한 종편 방송 조회수보다 높게 나올 정도고, 지지자들은 캠프에서 ‘지역에 그만 오시라’고 말릴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러나 북갑 민심에 대한 접근은 이런 화제성 만큼 압도적인 기세는 아니다. 팬덤이 가세한 온라인 상의 인기와 실제 지역 표심을 잡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의 당면 과제는 ‘보수 후보 단일화’의 압력을 높일 수 있을 정도로 박 전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가 박 전 장관의 지지율을 15% 이하로 묶는다면 단일화 구심력을 발휘하면서 보수 대표주자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아직 그 수준까지는 가지 못한 셈이다. 현 지지율 상태가 선거 직전까지 유지될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보수 분열의 원흉’이라는 비난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한 전 대표에 대해 “‘북구 주민’이라는 홍보 효과는 충분히 거둔 것 같다. 이젠 북구 발전 비전 등을 통해 최대한 빨리 지역 내 지지율 상승세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대표와 ‘보수 대표 후보’ 경쟁을 벌이는 박 전 장관으로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거세지는 ‘무공천’, ‘단일화’ 기류에 끌려가지 않도록 지지율 하락세를 막아내는 게 관건인 상황이다. 박 전 장관은 최근 하 수석과 한 전 대표를 겨냥해 “2년 뒤 훌쩍 떠나버릴 메뚜기 정치”라며 싸잡아 비판하면서 자신이야말로 ‘진짜 북구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21대 총선 패배 이후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긴 전력에 대한 지역 내 반감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하 수석은 28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만들기 위해 당면 현안으로 (국회가) 더욱 중요한 곳”이라며 북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큰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면서, 내 결정에 동의하고 흔쾌히 웃으셨다”고 전했다. 하 수석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부산으로 내려가 선거운동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하 수석의 출마에 “국정 책임 망각”, “유권자 우롱”이라며 맹비난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AI 경쟁력의 심장이라 자처하던 청와대 핵심 인사가 임명 10개월 만에 국정 현안을 내팽개치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다”며 “AI 수석이라는 중책을 정치 입문을 위한 ‘커리어용 스펙’쯤으로 치부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부산 북갑 주민 8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