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미디어 아트도 소장 가능한가요?”
■미디어 아트 전문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
26일까지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서 열려
호텔 객실 26곳서 펼쳐진 스크린의 미술관
“감상 환경 한국 최적, 구매까진 시간 걸려”
관람과 수집 사이, 새로운 시장 문턱 넘어야
강이연 작가의 '슈퍼포지션 2.0'(Superposition 2.0), 무빙 이미지, 모션 그래픽, 2분, 2026. 김은영 기자 key66@
일본계 미국인 그레그 이토 영상 작품으로 꾸민 ‘아티비스트’ 부스 객실. 김은영 기자 key66@
“미디어 아트를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23일 낮 12시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에서 막을 올린 국내 유일의 미디어 아트 전문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Loop Plus) 현장. 깔끔하게 정돈된 침대가 놓인 호텔 객실에 거대한 스크린이 놓여 있고, 쉴 새 없이 영상이 돌아가고 있다. 호텔 13층에 있는 26개 객실 내부가 동시대 디지털·미디어 아트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아트페어 부스로 변신했다. 회화나 조각처럼 미디어 아트도 구매할 수 있지만, 아직은 낯선 탓인지 구매 의사를 보이기보다 ‘구경’하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루프 플러스 김영은 대표. 김은영 기자 key66@
‘루프 플러스’ 김영은 대표는 “작품 상영 시간은 짧게는 약 3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관람 시간은 약 60분 정도 소요된다”며 “안락의자나 침대에 걸터앉아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인 만큼, 미디어 아트 시장을 개척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마이어리거울프에서 선보인 클레멘스 폰 베데마이어 작가의 '서피스 컴포지션'(Surface Composition), 비디오 스틸, 22분, 2024년. 루프 플러스 제공
‘루프 플러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2026년 신작 영상 ‘아이콘의 마지막 소원’을 공개한 한국계 중국인 작가 제네시스 카이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모두 4개의 방을 차지한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포커스 프랑스’ 섹션부터 돌아봤다. 1318호에 들어서자, 독일·프랑스 합작법인 마이어리거울프가 소개하는 클레멘스 폰 베데마이어 작가의 ‘서피스 컴포지션’(2024)이라는 작품을 상영 중이다. 그 옆방 1317호(아트버스)에선 한국계 중국인 작가 제네시스 카이가 ‘루프 플러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2026년 신작 영상 ‘아이콘의 마지막 소원’을 공개했다. 이 외에도 갤러리 샬롯, 저스틴 에마르 작가 방도 만들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갤러리와 작가도 보였다. 베트남 공동체의 장례 의식을 통해 역사와 기억을 시적으로 풀어낸 타오 응우옌 판의 ‘험블 코티지’(2023–2025)는 1327호(독일 갤러리 징크)에 차려졌다. 1329호(대만 치웬 갤러리)는 대만 뉴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왕준지에의 싱글 채널 비디오 ‘패션’(PASSION, 2017)을 선보였다. 1322호(중국 청두 어 사우전드 플래토즈)는 두부라는 물질을 매개로 취약성과 저항의 감각을 신체와 사운드로 확장한 천추린의 ‘가라앉음’(2021)을 상영했다.
백아트 추미림 작가의 '픽셀 아틀라스'(Pixel Atlas) 싱글 채널 비디오, 6분, 2026. 루프 플러스 제공
비디오아트 앳 미드나잇이 선보인 탁영준 작가의 '고동치네'(Pulsating), 2026. 루프 플러스 제공
국내 갤러리 백아트는 1331호에서 추미림 작가의 싱글 채널 비디오 ‘픽셀 아틀라스’(2026)를 상영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 개관한 더 써드(THE THIRD)도 독일의 동시대 작가 유르겐 스탁의 ‘에로전–DMZ’(EROSION-DMZ, 2024)을 통해 남북한 경계인 비무장지대(DMZ)를 모티프로, 모래의 움직임을 통해 이미지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해체되는 과정을 담았다. 1324호(독일 비디오아트 앳 미드나잇)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탁영준의 신작 ‘고동치네’(2026)를 ‘픽’했다. 올해 한국 작가는 총 5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의 젊은 문화 기획 단체 ‘아티비스트’의 네 번째 레지던시 작가인 일본계 미국인 그레그 이토가 한국에서 만든 작품으로 '루프 플러스'에 참여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뉴앙스 바이 빔이 선보인 한국 작가 폴씨(Paul C, 조홍래)의 솔라 LCD 모듈 조립 'PIXEL BIT BIT BRICK DIA SCULPTURE 01'. 김은영 기자 key66@
기관 부스도 차려졌다. 1313호를 차지한 저스피스재단은 국내 염인화 작가를 초대했다. 3D 퍼포머티브 장치-환경(PC 기반 VR, 모바일 AR, 악기, 스테인리스, 미러, 크리스탈 장치)의 ‘솔라소닉 밴드’(2024-2025)를 선보였다. 1314호에선 국내의 젊은 문화 기획 단체 ‘아티비스트’의 네 번째 레지던시 작가인 일본계 미국인 그레그 이토가 서울에서 두 달간 머물며 제작한 작품을 소개했다. 뉴앙스 바이 빔은 디지털 크래프트의 선구자인 폴씨(Paul C, 조홍래) 작가 작품을 선택했다.
1337호와 1338호는 아티스트 부스이다. 카이스트(KAIST) 교수로 재직하며 NASA·구글과 대규모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 강이연 작가의 ‘슈퍼포지션 2.0’(2026)과 2025년 제19회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초대 작가였던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건축가, 컴퓨테이셔널 디자이너인 루치아 레볼리노 작업 ‘오픈 폴더’(2024)를 보여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한 조질다 다 콘세이상 갤러리가 선보인 퀸투스 글레럼 작가의 '키키의 작은 놀라운 세계들'(Kiki’s Wonderful Little Worlds), 디스플레이 설치, 7분, 2026. 김은영 기자 key66@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방방을 돌아보며 차분하게 영상을 돌아볼 수 있기만 해도 좋을 듯싶다. ‘루프 플러스’ 김 대표는 “미디어 아트는 작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기존 아트페어에서는 미디어 아트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디지털 아트, 미디어 아트는 한국에서 해야 한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물론, 작품 소장까지는 멀고도 먼 길이다. 그는 “컬렉터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어떻게 소장하느냐’인데 파일 형식, 재생 장치, 보존 방식 등 기술적 문제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첫 구매까지 평균 한두 달이 걸릴 정도로 결정 과정이 길다”고 덧붙였다.
‘루프 플러스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상영되는 부산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 외부 미디어파사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에스더쉬퍼의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작가. 루프 플러스 제공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상영한 AES+F의 '인베르소 문두스', 비디오 설치, 38분 20초, 2015. 루프 플러스 제공
한편 행사 기간 그랜드 조선 부산 외부 미디어파사드에서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일일 70회 이상 반복 상영되는 ‘루프 플러스 스크리닝 프로그램’도 시도한다.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레스터(에스더 쉬퍼), 사브리나 라테(갤러리 샬롯), 추미림(백아트), AES+F(탕 컨템포러리) 등 4인의 작품이 상영되며, 해운대 앞을 지나가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행사는 26일까지 이어진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