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억 뇌물' 불기소, 앞으로도 이런 일 비일비재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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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주체·보완수사권 등 놓고 갈팡질팡
사건 덮이는 일 없도록 역할 재설계해야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이므로 누가 보더라도 명쾌해야 한다. 법 조문도 해석상의 오류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그 적용에 있어서도 혼란이나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강자 독식 사회를 막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 끝에 확립된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법의 사각과 적용 단계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억 원대의 거액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공무원에 대한 기소가 불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수사권과 보완수사권 관련 법 규정의 사각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공수처는 2021년 10월 감사원 고위 간부가 차명 법인 설립 후 감사 대상 건설사로부터 15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해당 간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고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사건을 재이송했으나 공수처는 보완수사를 위한 이송은 법률 근거가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뒤늦게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기에 이르렀으나 법원이 검찰 수사권 근거 없음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수수 금액 중 13억 원에 대한 기소가 끝내 불발되고 말았다.

처음 수사를 맡은 공수처의 수사 역량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해당 사건은 부실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공수처법에도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내란죄 관련 사건 수사 이후였으므로 당시엔 직접 수사가 가능했다는 반론을 펼친다. 하지만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주체와 시기별 검찰 수사 가능 여부를 일일이 따져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법 적용의 불확실성을 보여 준다 하겠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심지어 수사 주체가 검찰 수사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았다고 공소를 기각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들은 수사를 하는 검찰이나 판결을 하는 법관들까지 갈팡질팡할 정도로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수사권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밀어붙여 온 소위 ‘검찰개혁’의 결과가 본격화하면서 벌어진 대표적 혼란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문제가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고 공소청 소속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된 이후 더욱 빈발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뇌물을 받는 수준이 아닌 진짜 사회적 거악이 이 같은 혼란 속에 불기소의 이익을 누린다면 그 책임은 대체 누가 져야 하는 것인가. 정치권은 당장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고 있는지 기소 전에 파악해 사건을 뭉갤 수 없도록 할 역할 재설계라도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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