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퀄리티 첩보 스릴러 ‘휴민트’…이 정도면 합격점 [경건한 주말]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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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개봉한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박해민 등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한 첩보 액션물입니다. 설 연휴를 정면 조준한 이 작품, 극장에서 볼 만한 수작일까요? 가족들과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기자가 후기를 남깁니다.


영화 ‘휴민트’ 포스터.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 ‘휴민트’ 포스터. NEW(뉴)·외유내강 제공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은 동남아에서 벌어진 국제 범죄를 조사하다가 정보원 구출에 실패하고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정보원이 남긴 새로운 단서 덕에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인 인신매매 정황을 파악합니다.

인신매매 주범인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은 아주 악랄하고 간도 큰 놈입니다. 당의 영향력이 약한 이곳에서 그는 탈북 여성들을 잡아 러시아 마피아에 팔아넘깁니다. 이 여성들은 성범죄를 비롯한 온갖 범죄에 동원됩니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조 과장. 그런데 북한의 국정원 격인 국가보위성에서도 수상한 낌새를 알아챘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내부 감찰을 위해 파견됐습니다.

필연적으로 세 사람은 3파전을 벌입니다. 황치성은 박건의 감찰을 교묘히 방해하고, 박건과 조 과장은 황치성의 범죄를 파헤치려 듭니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는 액션 첩보물의 장르적 재미에 충실합니다. 액션 연출 완성도가 상당히 높고 시나리오도 짜임새 있게 흘러가며, 전개도 빠른 편입니다.

잘 만든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티가 납니다. 그래서 첫 장면만 봐도 영화의 완성도를 대강 가늠할 수 있습니다.

‘휴민트’의 오프닝 역시 영화의 수준을 잘 대변합니다. 조 과장의 액션신 타격감과 속도감이 상당합니다. 조인성의 기럭지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함이 류승완표 액션 연출과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이 오프닝은 영화의 장르와 지향점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휴민트’는 첩보물이긴 하지만 ‘공작’(2018)처럼 인물과 인물의 심리전과 대치를 활용한 숨 막히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그보다는 ‘존 윅’이나 ‘본’ 시리즈처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표방합니다. 주연인 조인성과 박정민이 맨몸 격투는 물론이고 온갖 근접전투(CQB) 액션을 펼칩니다. 몰아치는 액션신이 각각 개성 있고 실감 나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짧지만 차량 추격신 임팩트도 수준급입니다.

사운드 역시 훌륭합니다.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도 개봉한 영화답게 실감 나는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영화 ‘헌트’(2022)에서 총격 사운드에 대한 호평이 있었는데, ‘휴민트’도 대단합니다. 또한 최근 한국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정확한 대사 전달력 문제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대사가 정확하게 들렸고, 북한 말투를 구사하는 장면에서는 한국어 자막이 나와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는 류 감독의 전작 ‘베를린’(2013)에서 관객들이 지적한 부분이었는데 잘 개선되었습니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음악 역시 ‘휴민트’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장치입니다. 조영욱 감독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음암감독입니다. ‘신세계’(2013), ‘공작’(2018) 등은 워낙 유명하고 최근작인 ‘리볼버’(2024), ‘전, 란’(2024)에서도 발군의 감각을 선보였습니다. ‘휴민트’에서도 따로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교과서적인 첩보물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가 삽입됐습니다.

시나리오는 완벽하다 할 순 없지만 괜찮았습니다. 캐릭터가 위기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데, 설득력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조 과장, 박건, 황치성의 양보 없는 3파전을 더 피 튀기게 만드는 캐릭터인 채선화(신세경)가 나름의 차별점이 되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식당의 종업원인 채선화는 조 과장의 핵심 휴민트(HUMINT)입니다. 가족과의 안전한 탈북을 약속받고 정보원으로 수개월간 활동해왔습니다.

덕분에 그간 조 과장의 조사는 비교적 순조로웠는데, 갑자기 박건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꼬입니다. 박건과 채선화는 연인 관계였고, 지금도 애틋한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채선화는 탈북을 원하고, 보위성 조장인 박건은 그런 채선화를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눈치 빠른 황치성이 채선화의 신변을 위협하면서 극의 갈등이 고조됩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게 술술 흘러갑니다. 주요 인물도 제한적이라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너무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에서 몰입이 잘 되게끔 구성한 시나리오입니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다만 전체적으로 뻔한 감이 있고, 개연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예컨대 보위성 조장인 박건이 약점을 너무 쉽게 잡히고, 남측 포섭 활동도 영 치밀하지 못합니다. 결말부에서 인물들의 극단적인 행동 역시 선뜻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액션 연출도 화려하긴 한데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남북 특수 공작원들이 남은 총알 계산을 이렇게 못할 수는 없을 겁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신세경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고, 조인성은 시원시원한 액션을 펼치는 정의로운 선역에 딱 어울렸습니다. 조인성이 류 감독과 함께 작업한 건 ‘모가디슈’(2021)와 ‘밀수’(2023)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데, 둘의 합작품이 연이어 좋은 결과물을 낳고 있습니다.

박정민이 연기한 박건 역할은 아마추어 배우가 맡았다면 소위 ‘오글거리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박정민은 완급조절이 탁월했습니다. 특유의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고 조인성과의 합도 완벽했습니다. 박해민은 지독한 악역 연기를 제대로 펼쳤습니다.

조연들도 역할에 잘 어울렸고, 의상을 포함한 미술 역시 느와르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뉴)·외유내강 제공

영화는 설 연휴를 노리고 개봉했는데, 관객 입장에선 ‘가족과 함께 봐도 괜찮을까’가 궁금할 겁니다. ‘휴민트’는 15세 관람가 수준에 맞게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다만 과장된 액션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액션 장르 선호도와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휴민트’에 대한 혹평도 적지는 않은데, 각본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상업영화로써 대중성은 충분히 갖추었고 팝콘무비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토니 스타크는 딸 모건에게 “3000만큼 사랑해”라고 했습니다. 기자는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이 집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보는 것과 비교해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주관적 편익으로 환산해 봤습니다.


손익 한 줄 리포트: ‘휴민트’, 극장에서 보는 게 5000원 만큼 이익!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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