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승부수 ‘합당’ 두고 파열음…범여권 권력지형 흔드나
정 대표 전격 제안에 원내, 지지층 반발 확산
당 지도부 “지방선거 일정상 불가피” 논의 본격화
혁신당은 민주당 내부 갈등에 “공은 민주당에” 신중
합당 결과에 정청래·조국·김민석 등 차기 주자 위상 변화 예상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세종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세종시당 당원대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쏘아 올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두고 여권 내부의 찬반 논란이 거세다.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지방선거 일정상 지금 논의해야만 한다”며 정 대표 제안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혁신당은 민주당 내부 논의가 정리된 이후에나 당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며 거리를 뒀다. 합당을 둘러싼 내부의 파열음이 이어지면서 성사 여부, 지방선거 결과 등에 따라 범여권 권력지형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헌·당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차분하게 (합당을) 진행하겠다”며 “권리당원 투표에서 (합당에 대한) 찬성 여론이 확인되면 중앙위원회 혹은 전당대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당을 진행시켜 나갈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시점을 두고 당내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지방선거 일정상 지금 논의해야만 지선 스케줄을 함께 치러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정 대표의 경우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조 대표와 함께하자는 것인데, ‘자기 정치’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합당 제안 하루 뒤인 지난 23일 충북 현장 최고위원회에 불참하고 국회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 대표의 공식 사과와 합당 제안 과정 진상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28명도 “절차적 정당성 없는 독단적 합당 추진을 반대한다”고 성명을 내는 등 당내 반발이 이어졌다.
24일에는 당 지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우리가 이러려고 대표로 뽑은 줄 아느냐”며 합당 반대 의사와 함께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 대표가 산적한 개혁 과제를 앞두고 당내 의견이 갈리는 합당으로 분란을 만들었다며 성토했다. 또 정 대표가 당권 주권 강화를 외치면서 정작 합당과 관련해선 당원 의견을 묻지 않아 자기모순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청(정청래)계 일각에서도 합당으로 지방선거 공천권이나 당직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합당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혁신당은 민주당 내 반발 여론이 커지자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국 대표는 전날 긴급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합당을 제안한 민주당 내부에서 논쟁이 있는 것 같은데, 민주당 논의가 정리된 뒤 저희가 답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상태에서 그다음으로는 가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입장 정리가 돼야 자신들도 합당 논의를 진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 서왕진 원내대표도 “빠른 속도로 결론이 나올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정 대표의 전격적인 제안을 두고 범여권 내부가 격동하면서 이번 합당 변수가 내부 권력지형을 흔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승부수’를 던진 정 대표가 내부 반발에도 합당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다면 진보 진영 통합의 구심이라는 상징성을 얻게 된다. 여기에 합당을 고리로 6월 지방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2028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8월 전당대회에서도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반면 당내 반대가 확산해 합당이 최종 무산된다면 정 대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 속에 거취를 비롯해 거센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혁신당 조 대표 역시 2~4%의 저조한 당 지지율로 지방선거 위기론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당 지분을 보장 받는 합당을 관철시킬 경우 선거 책임론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자신의 원내 재진입 문제도 유리하게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 역시 기껏 띄운 합당 논의가 불발될 경우, 당 위기의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합당 제안의 정치적 파장 범주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의 지원을 받는 그는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와 조 대표가 합심해 합당 카드를 관철할 경우, 지방선거 승패에 따라 김 총리의 정치적 진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김 총리의 여의도 복귀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