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봤나” 안일한 사과문에 분노 ‘폭발’ [쿠팡 개인정보 유출 파장]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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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부터 기업까지 불안감 확산

[쿠팡 회원]
계정 하나로 여러 장소에 배송
“부모 주소까지 2차 피해 우려”
회원 탈퇴·불매 운동 경고까지

[협력 기업]
납품 차질 등 당장 피해 없지만
사태 장기화·고객 이탈 땐 영향
쿠팡 납품 업체들도 ‘노심초사’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0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개인과 관련 기업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2일 고객이 쿠팡 홈페이지에 뜬 사과문을 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0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개인과 관련 기업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2일 고객이 쿠팡 홈페이지에 뜬 사과문을 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000만 명이 넘는 고객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비롯해 협력 기업까지 불안감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회원 탈퇴와 불매 운동을 준비하는 한편, 식품·패션·뷰티·생활용품 등 쿠팡을 주요 판로로 삼는 다양한 기업들이 소비자 신뢰 하락과 매출 타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와 소비자 단체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유출 사고 발생 직후 쿠팡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를 발표한 사과문에 드러난 쿠팡의 안일한 문제의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쿠팡은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무단 접근된 고객 정보는 이름, 고객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그리고 특정 주문 정보로 제한되었다”고 언급했다. 마치 유출된 정보의 파장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태도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하나의 쿠팡 유료 계정을 가족끼리 공유하거나, 다양한 장소로 배송받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동선,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조합할 수 있는 민감한 사태다. 특히 공동 현관 비밀번호까지 노출됐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실제 김 모(부산 해운대구·43) 씨는 “한 개의 계정으로 자택과 직장으로 쿠팡 상품을 자주 주문한다”며 “양가 부모님 요청으로 본가와 처가 주소로 상품을 주문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 이번 사고로 2차 피해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최 모 씨(부산 금정구·36) 씨는 “쿠팡이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이면서도 고객들의 소중한 정보를 다루는 보안은 나 몰라라 했다는 게, 결국 고객을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다”면서 “집단소송이든, 불매운동이든 뭐든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비자교육중앙회와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 소비자단체 12곳으로 이뤄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소비자의 가장 내밀한 정보인 주소, 연락처, 구매 내역, 심지어 공동 현관 비밀번호까지 포함된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와 강한 분노를 표한다”며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과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배상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즉각 마련하지 않으면 회원 탈퇴와 불매운동 등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협의회는 “개인정보 유출로 소비자가 겪게 될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피싱, 명의도용 등 광범위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실질적인 피해 구제 대책과 구체적인 배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에 상품을 납품하는 기업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업계에서는 당장은 납품 차질이나 직거래 중단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특히 식품과 화장품처럼 쿠팡이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하는 품목은 납품 이후 물류·판매의 책임이 쿠팡에 있는 만큼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즉각적인 납품 중단이나 지연 등 납품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중론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1일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하는 구조여서 납품 이후의 책임은 쿠팡에 있다”며 “현재로서는 납품 업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으로 판단하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소비자 불안이 매출 감소와 구매 회피로 이어질 경우 결국 쿠팡 채널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에도 매출 감소 등 간접 피해가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소비자 공분이 확산해 불매운동 등으로 불똥이 튀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당장 쿠팡과 제휴를 끊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이 줄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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