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부재에 수렁 빠졌던 지역 경제 서서히 회복 [계엄 1년]
탄핵 정국·트럼프 변수… 지역 치명타
주력 제조업 BSI, 코로나 이후 최저치
문제 해결 정부 컨트롤타워 마비 위기
현재 여전히 어렵지만 최근 회복 가능성
새 정부 소비 진작책·조선업 부활 동력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역 내수 회복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8월 부전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환영하는 상인회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경영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독은 명확한 악재가 아니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비록 6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부산 지역 경제계에 남긴 생채기는 깊고 길었다.
계엄은 수출 기업들에 ‘정치적 리스크’와 ‘리더십의 공백’을 가져다 줬다. ‘권한대행’과 ‘대행의 대행’이라는 전대미문의 국가 상황에 미중 무역 갈등의 파고까지 맞으며 지역 경제는 지난 1년간 한마디로 ‘널뛰기’를 했다.
특히 부산 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은 ‘리더십 부재’에 직면해 잔뜩 움츠러들었다. 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과 정치적 혼란은 지역 기업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부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66’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다. 국내 정책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메가톤급 변수까지 닥쳤기 때문이다. 당시 지역 기업들이 기댈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부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사실상 ‘시계 제로’였던 셈이다.
자동차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관세 폭탄 우려가 컸는데,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 줄 중심축이 없어 기업들이 불안해 했다”며 “특히 국내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더 도드라졌다”고 말했다.
다행히 1년이 지난 지금, 부산 경제는 여전히 어렵지만 서서히 회복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소비 진작책과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지표가 반등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2025년 3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3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56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8% 증가했다. 지난 7월 말부터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인당 15만~55만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운영 비용 등의 증가로 소상공인의 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점, 확장 정책을 통한 정부 내수 진작책이 단기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지역의 거시 지표는 그나마 최근 들어 긍정적으로 전환된고 있다. 부산경제통계 포털에 따르면 부산의 선행종합지수는 적 혼란이 극심했던 올해 1월 111.9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 지난 9월 116.8을 기록했다. 선행종합지수는 재고 순환, 경제심리, 코스피, 건설 수주액 등을 종합해 3~6개월 후의 경기를 예고하는 지표다. 이 수치의 상승은 부산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부산의 전통 효자 산업인 조선기자재 업계의 약진이 돋보인다. 글로벌 선박 교체 주기에 따른 ‘슈퍼사이클’ 도래와 맞물려 지역 조선기자재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상용근로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조선 경기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황에 힘입어 지역 경기도 다소 풀리는 모양새지만 온기가 지역에까지 와 닿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지역 경제도 어려웠는데 지역 조선기자재의 호황이 이러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