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까운 학교 두고 먼 데로” 불만… 중학교 배정 기준 손본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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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출신 초등학교 기준 배정
쏠림 현상 비롯 논란 잇따라
거주지로 배정 기준 바꾸는 대안
시교육청, 내년 11월 용역 마무리
부산 학군 전반에 큰 변화 예상

지난 6월 11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교육지원청 앞에서 무정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드파인센텀 교육환경개선위원회가 근거리 중학교 배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지난 6월 11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교육지원청 앞에서 무정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드파인센텀 교육환경개선위원회가 근거리 중학교 배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이 출신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중학교 배정 방식을 재검토한다. 가까운 학교를 두고 먼 곳에 배정되는 사례가 늘고, 특정 초등학교 쏠림으로 과밀 학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처럼 배정 기준을 거주지로 전환하는 대안이 논의될 경우 부산 학군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달 중 ‘부산광역시 중학교 학교군·중학구 조정 및 중학생 배정 방법 개선 연구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번 용역은 부산의 중학교 학교군과 중학구 현황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배정 방식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비는 7692만 원이며 최종 보고서는 내년 11월 발간될 예정이다.

시교육청 학생학부모지원과 관계자는 “부산 전역의 중학교 학군과 배정 방식을 폭넓게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은 출신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중학교를 배정한다. 예비 중학생은 재학 중인 초등학교가 속한 학교군 또는 중학구 안의 2~3개 중학교 가운데 한 곳에 컴퓨터 전산 추첨으로 배정된다. 학교 과밀도와 통학 여건에 따라 배정 비율은 조금씩 달라진다. 부산 전체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18개 학교군과 6개 중학구로 나뉜다.

문제는 이런 배정 방식이 거주지와 동떨어진 중학교 배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는 거주지 기준으로 배정되지만 중학교는 출신 초등학교를 다시 기준으로 삼다 보니, 재개발로 인한 대규모 아파트 입주나 도로·지형지물 변화 등 도시 구조 변화가 유연하게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무정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드파인센텀 교육환경개선위원회’는 무정초 졸업생 상당수가 아파트에서 도보 8분 거리인 장산중학교를 지망했지만, 도보 23분 거리 인지중학교에 배정됐다며 해운대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특정 초등학교로의 쏠림도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특목고·자사고·외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해당 중학교 배정 비율이 높은 초등학교로 입학 수요가 몰리는 탓이다. 대표적으로 해운대구 센텀중학교에 전원 배정받을 수 있는 센텀초등학교는 부산에서 가장 심각한 과밀 학교로 손꼽힌다.

부산시의회 박종율(북4)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 중학교 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거리 배정 원칙과 선택권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현행 배정 방식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과 달리 서울은 거주지를 기준으로 학교군을 나누고, 해당 학교군의 중학교를 전산 추첨으로 배정한다. 이런 방식이 대안으로 논의될 경우 부산의 학군 지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 교육계 종사자는 “거주지별로 어느 중학교에 배정될 수 있는지는 부동산 수요와도 이어져 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중학교 배정 체계가 본격적으로 재검토되는 것은 8년 만이다. 2017년에도 같은 이름의 용역이 추진됐지만, 당시 학부모 설문에서 ‘현행 유지’ 응답이 높아 제도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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