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1위’ 외형만 키우고 내부는 총체적 부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파장]
연 매출 50조 원 달성 ‘눈앞’
기업 윤리·위기관리 ‘미성숙’
개인정보 유출 솜방망이 처벌도
기업 경각심 무뎌진 원인 지목
국내 e커머스 1위 쿠팡이 급격한 외형 성장과 달리 내부 관리 시스템이 총체적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연 매출 50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노동환경·수수료 논란 등 각종 문제가 반복되면서 ‘관리 공백 기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발생한 개인정보 사고들이 모두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이후 최소 4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2021년 10월 앱 업데이트 오류로 고객 14명의 이름·배송지 주소가 1시간가량 노출됐고, 2020년 8월부터 2021년 11월까지는 쿠팡이츠 배달원 13만 5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음식점에 유출됐다. 2023년 12월에는 판매자 전용 시스템 ‘윙’에서 2만 2440명의 주문자·수취인 정보가 다른 판매자에게 노출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3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쿠팡이 부담한 과징금과 과태료는 총 16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이 기업의 경각심을 무디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개인정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택배기사·물류센터 노동자 과로·사망 문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퇴직금 미지급 의혹, 입주 업체 대상 과다 수수료 논란 등은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문제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박대준 대표 등 쿠팡 경영진이 무려 5개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CFS 퇴직금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은 상설특검으로 넘어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청문회와 국감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책임 회피 논란을 자초했다.
쿠팡 모기업인 미국 쿠팡Inc의 연 매출은 작년 처음으로 40조 원을 넘었고 올해 50조 원 돌파가 전망된다. 매출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했지만 사회적 책임은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빠른 성장은 이뤄냈지만 기업 윤리·내부 통제·위기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미성숙하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4차례 발생하며 노동환경 문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냉방시설 부족,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 제한, 취업 제한 블랙리스트 논란 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쿠팡의 정산 주기가 타 업체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언급됐고,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 논란, 자사 상품 우대 의혹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자사 상품을 상위 노출한 혐의로 쿠팡에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쿠팡의 외형 성공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와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